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수필: 내 옷장속의 가을

송정희2016.11.30 16:35조회 수 26댓글 0

    • 글자 크기

수필: 내 옷장속의 가을


살아오면서 저의 생각들은 많이도 변했어요. 

하고 싶은 것 되고 싶은 것도 변했고 좋아하는 색깔도 음식도 성격도 변했지요.

그런데 한가지 변하지 않은 것은 좋아하는 계절입니다. 어렸을 적부터 가을을 좋아했거든요. 

큰 도시는 아니지만 작은 도시에서 태어나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만 가면 논과 들을 볼 수 있었지요. 과수원도요.

추수를 끝낸 논을 난 참을 좋아했었습니다. 타는 듯한 단풍도 아니고 황금 이파리 같은 은행나무도 아닌, 곡식단이 작은 인디언 움막처럼 세워져있는 빈들이나 논을 나는 참 좋았어요.

조부모님도 부모님도 농사와는 무관하신 삶을 사셔서, 저는 농사에 대해 아는게 전혀 없는데도 말입니다.

곡식단 밖에 다른 것이라고는 없는 그 들판이 어느 때부터인지 내 정신세계의 큰 축이 되었었지요. 

일년동안의 수고와 고단함이 쉼의 미학으로 남는 그런 광경 

그 빈들에 서면 세상의 모든 농부들의 땀과 그들의 걱정, 희망, 행복을 느낄수가 있었지요.

듬성 듬성 서있는 곡식단 사이로 겨울이 오는 소리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 미국에 산지 어언 10년이 넘었네요.

이제 고즈넉한 한국의 빈들을 보지못하지만 가을 바람이 그리운 그 향기를 지구 반바퀴를 돌아 내게 실어오네요. 

거실마루에 쏟아지는 햇살을 나는 조금 훔쳐 비어있는 내 옷장에 숨겨봅니다.

비어 있던 옷장 한 구석에서 예전에 느꼈던 빈들의 곡식단의 비릿한 향기가 납니다. 

내년 가을이 다시 올때까지 나는 그 향기를 숨겨두려고요. 

겨울. 봄. 여름. 그리고 다시 가을이 올때까지 나는 그 향기와 함께 할 것입니다.

옷장 속의 옷을 입을 때마다 나는 나의 그리운 고국의 가을과 함께 나이가 든다는 자연스러운 아름다움도 함께 느껴보렵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36 꽃물1 2017.01.18 15
135 깊어가는 겨울 2019.01.22 10
134 김장 2016.10.27 15
133 김선생님 2017.09.09 27
132 김선생님 2018.08.26 9
131 김밥싸는 아침 2019.12.20 17
130 김 쌤 힘드셨죠2 2018.10.02 23
129 2019.03.13 26
128 긴꿈1 2018.01.01 17
127 기찻길 옆에서 2017.06.04 15
126 기일 2019.12.09 14
125 기우는 한해 2018.10.22 7
124 기복희선생님의 시낭송회1 2019.09.23 27
123 기도 (2) 2016.10.20 11
122 기도 2016.10.10 19
121 기다림의 꽃 2020.04.19 38
120 기다림 2017.05.26 19
119 기다림1 2018.02.19 24
118 기계치 2019.12.28 20
117 금요일이다 2018.10.07 8
이전 1 ...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