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가시/정호승

이한기2024.06.09 14:03조회 수 15댓글 0

    • 글자 크기

         가시 / 정호승 

 

지은 죄가  많아 

흠뻑 비를 맞고 봉은사에

갔더니

내 몸에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손등에는 채송화가

무릎에는 제비꽃이

피어나기 시작하더니

야윈 내 젖가슴에는

장미가 피어나

뚝뚝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에

가시가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이토록 가시 많은 나무에

장미같이 아름다운 꽃이

피었다고 생각하라고

 

장미는 꽃에서

향기가 나는 게 아니라

가시에서 향기가 나는 

것이라고

가장 날카로운 가시에서

가장 멀리 가는

향기가 난다고

 

장미는 시들지도 않고

자꾸자꾸 피어나

 

나는 봉은사 대웅전

처마 밑에 앉아

평생토록 내 가슴에

피눈물을 흘리게 한

가시를 힘껏 뽑아내려고

하다가 슬며시 그만두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00 “절대 월드클래스 아니다”…아버지 혹평했지만 손흥민에게 벌어진 일 관리자 2024.03.20 6
499 봄이 오면 - 이 해인- 관리자 2024.03.24 6
498 나태주 시인과 팬 김예원 작가… 50년 차이에도 “우리는 친구” 관리자 2024.04.08 6
497 [책&생각]나는 이제 달리지 않고 누워 있다 관리자 2024.04.08 6
496 4월의 환희 - 이 해인- 관리자 2024.04.11 6
495 익모초(益母草) 를 선물로 드립니다 관리자 2024.04.14 6
494 오월 - 피 천득 관리자 2024.05.22 6
493 이정무 이정자 문우님을 만나 뵙고 왔습니다 관리자 2024.05.24 6
492 아프레 쓸라 (Apres cela) 관리자 2024.05.30 6
491 트바로티 김호중이 수감된 구치소에서 매일 아침 일어나는 일 관리자 2024.05.30 6
490 아리랑 이한기 2024.06.26 6
489 시를 쓰는 바보 이한기 2024.06.26 6
488 바보같은 삶- 장기려 박사님의 삶 관리자 2023.12.03 7
487 [동화] 문조 - 김옥애 관리자 2023.12.04 7
486 시간의 그늘 - 정 현종- 관리자 2024.01.01 7
485 떠도는 자의 노래 - 신 경림- 관리자 2024.01.12 7
484 광야 - 이 육사- 관리자 2024.01.29 7
483 돌맹이 하나 - 김 남주- 관리자 2024.01.29 7
482 해에게서 소년에게 - 최남선- 관리자 2024.02.04 7
481 행복 - 천상병- 관리자 2024.02.09 7
이전 1 2 3 4 5 6 7 8 9 10... 30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