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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봐르'와의 계약결혼

이한기2024.05.25 08:38조회 수 23추천 수 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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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봐르'와의 계약결혼

 

 중·고등학교를 마친 사르트르는

파리 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하였다.

세계 명문대학교 가운데 하나인

이 학교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저명한 학자들과 재계 및 정계의

고위직 관리들을 무수히

배출하였다. 앙리 베르그송,

에밀 뒤르켕, 메를로 퐁티, 미셸

푸코, 자크 데리다 등의 걸출한

철학자들이 나왔고, 졸업생

가운데 14명이 노벨상을

받았다. 졸업도 하지 않은

학생들이 4년마다 한 번씩

수여되는, ‘수학계의 노벨상’

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1994년부터 2006년까지

연속으로 받아냄으로써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기도

하였다.   

 

 학사 과정에 선발된 학생들은

재학 기간 동안에도 급료를

받으며, 이 기간을 포함하여

10년 동안 프랑스의 공무원

신분이 된다. 그나마 입학생은

소수 정예로 선발하기 때문에

경쟁률은 매우 높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사르트르는 이 학교의

학생들과 교수들을 철저히

무시하였으며, 강의를 잘 듣지도

않았다. 학교에서 단벌옷에

슬리퍼를 질질 끌고 다녔으며,

주정뱅이로 보일만큼 술을

많이 마셨다.

 스물두 살에는 '어느 패배'라는

소설을 썼다. 그러나 출판을

거절당했다. 수석으로 학교를

졸업했음에도 불구하고,

교사자격 시험에는 낙방하고

말았다. 그리하여 1년간 더

공부를 한 끝에 이듬 해에

수석으로 합격하였다. 

 

 이때 프랑스의 유명한 여류

작가이자 사회운동가인

시몬느 드 보봐르

(세계 여성운동사에 큰 획을

그은 '제2의 성'의 저자)를

만난다. 어느 날 함께 영화

구경을 마친 후, 사르트르는

그녀에게 “2년 동안 계약

결혼을 해 볼까요?????라고

제안하였다. 그리고 보봐르

역시 이에 찬성함으로써

‘일생 동안 서로에게 얽매이지

않고 생의 반려자가 된다.’고

하는, 이 자유롭고도 유별난

동거 관계가 시작된다.

 

 이 결혼의 조건은 두 가지인데,

첫째는 “서로 사랑하고 관계를

지키는 동시에 다른 사람과

사랑에 빠지는 것을 허락한다.

”, 둘째는 “상대방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으며, 어떤 것도 숨기지

않는다. (외도 사실까지도)”

였다. 이 조항을 지켜가며,

두 사람은 1929년부터 죽을

때까지 (2년만이 아닌) 50여

년간 결혼 관계를 유지한다.

물론 첫번째 조건 때문에

성적으로 문란하고 부도덕

하다는 비난을 수차례 받기도

했다. 

 

 주체적인 신념을 갖고 사회

관습에 저항하는 삶을 지향했던

보부와르에게 결혼이란 제도는

‘족쇄’에 지나지 않았다.

한 남성에게 종속되어 출산,

육아, 가사 노동에 전념해야

했던 그 사회적 ‘폭력’에 저항했던

것이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개념은 ‘자유’였다. 인간의

본질은 타인에 의해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는 것. 이런 면에서 두

사람은 인류 역사상 매우 특이한

결혼이 상대방의 자유와

주체성을 인정해주면서도 사랑은

더욱더 단단해질 수 있으리라고

믿었던 것이다. 

 

 두 사람은 가장 완전한 사랑이

서로임을 확신했기 때문에

상대방의 몸을 붙잡아두려

하지 않았다. 결혼 기간에 두

사람은 다른 사람과 여러 차례

정신적, 육체적 관계를 맺었다.

사각 관계에 빠지기도 하고,

질투에 휩싸여 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그런 위기를 겪어도 두

사람은 언제나 서로에게 돌아왔다.

서로가 없는 삶은 생각조차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책상 앞에 나란히

앉아 서로 쓴 글을 읽고 치열하게

토론했다. 둘은 서로의 철학

사상을 완성해주는 ‘지적 동반자’

였던 것이다.  

 

 보부아르는 회고록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사르트르에 대해서

이렇게 회상한다. “나의 인생에

있어 의심의 여지 없는 성공은

바로 사르트르와의 관계였노라.

죽음이 우리를 갈라 놓았으나,

우리의 삶이 하나였던 그 긴

시간은 몹시도 아름다웠노라.”

 

              - 옮긴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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