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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에보니

Jenny2016.11.01 20:39조회 수 48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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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보니 / 송정희

 

에보니는 검다는 뜻의 시적 언어이다. 10년 전 아들의 친구가 전화기로 강아지 사진을 보내왔다. 1주된 아주 작고 까만 강아지. 막내 희정이가 그 사진을 보더니 가져오라고 성화가 났다. 2주가 되면 어미 젖을 떼고, 그 때 원하면 가져가서 키우라고, 그렇게 나의 집에 온 그 까만강아지. 2시간도 넘게 차에 시달려 나의 집에 도착한 그 놈은 정말 귀여웠다.

이름을 에보니라고 지었다. 오던 날 밤부터 끙끙 거리며 아픈 것 같았다. 자꾸 헛구역질을 하고 아무 것도 먹지를 않았다. 막내가 데리고 자겠다는 것을 안된다고 하고, 세탁실에서 재우고 다음 날 동물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새벽에 세탁실 문을 열어본 나는, 그 자리에서 얼음이 되었다. 그 넒은 세탁실 바닥을 발 디딜틈 없이 구토를 해놓았는데, 그 구토물 속에서 무언가가 꿈틀데고 있었다. 회충.

자고 있던 남편을 깨웠더니, 나대신 클라락스를 뿌려 청소를 해주었다. 그렇게 에보니는 오늘 날부터 문제 강아지. 동물병원 의사가 하는 말. 집 근처에서 풀 같은 것을 핧아서, 기생충 알이 몸으로 들어가, 에보니가 아팠던 것이라고.

에보니는 하루가 다르게 커갔다. 알고보니 엄청나게 큰 종류의 개였다. 막내 희정이를 잘 따랐고, 희정이는 에보니를 동생처럼 여겼다. 남편이 뒤뜰에 울타리를 높게 에보니 집을 지어주었는데, 처음에는 울타리가 높으니까, 밑으로 구멍을 뚫어 집밖으로 나오더니, 나중에는 울타리를 훌쩍 뛰어넘어 나와서, 동네를 돌아다니며 신발이나 다른 물건들을 물어왔다. 온순했지만, 덩치가 커서 충분히 사람을 위협하게끔 보였던 에보니는, 동네 주민의 불평거리가 되기 시작했다.

어느 날 경찰이 와서 에보니가 혼자 돌아다니지 않도록 하라고, 경고장을 주고 갔다. 나와 남편은 직장에 있었고, 아이들은 모두 학교에 가있는 동안 에보니는 높은 제 집 울타리를 뛰어넘어 동네를 헤집고 다녔다. 가족 회의 결과, 다른 집으로 보내서 우리집 보다 에보니에게 더 나은 환경을 주자고 결정. 막내 희정이만 울고 불고 했다.

그렇게 에보니가 떠나가고, 3년 전, 2살 반 된 까만 고양이를 아들이 입양해왔다. 혼자있는 날 위해서. 이제 저희들이 모두 집을 떠나게되면, 혼자 남을 엄마를 위한 배려. 나는 그 까만 고양이에게 에보니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에보니와 지금 3년째 살고 있다. 에보니는 6. 녀석도 에보니 개처럼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는 내보내지 않으려고 애쓴다. 그래서 내가 방심한 틈을 타서 몰래 도주했다가. 일주일이나 10일 정도 지나면 돌아온다. 지난 번 나갔다 들어온지가 두달이 넘었다. 오늘도 에보니는 나의 동태를 예의주시 살핀다. 문이 열리면 언제라도 튀어나가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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