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나의 어머니 (14)

Jenny2016.10.27 14:21조회 수 81댓글 0

    • 글자 크기

나의 어머니 (14) / 송정희

 

엄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안방 아랫목 벽에 다락방으로 올라가는 문이 있었지요

그곳은 나와 내 동생들의 보물섬

문을 열면 아버지가 드시던 작은 꿀병이 계단 맨밑에 있었고

우리를 칭찬하실 때 주시던 풍선껌과 과자들이 숨겨져 있던 곳

 

예닐곱개의 계단을 오르면

다락방 끝이 창문으로

멀리 구부러진 길이 보였습니다

아버지의 오래된 물건들 사진첩 예쁜그릇들 크고작은 액자들

늘 몰래 뒤져도 재미난 곳

 

어느 날 동그란 분첩같은 통을 열고

깜짝 놀랐습니다

거기에는 몇겹의 한지에 꼭꼭쌓인 쌔까만 죽은 뱀이 각각 한개 씩 숨어있었죠

나는 덜덜 떨며 분첩에 다시 넣고

부리나케 나의 보물섬을 내려왔었습니다

 

엄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그것은 뱀이 아니라 우리 삼남매의 탯줄이었던 걸 나중에 알았고

어머니는 내가 신우신장염으로 사년을 아프고 난 후

태워서 가루로 제게 먹이셨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고맙습니다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916 할로윈의 밤 2019.11.01 23
915 시월의 마지막 날 2019.10.31 23
914 희정이 생일파티 2019.10.29 23
913 오늘의 소확행(10월24일)1 2019.10.29 23
912 한가위 밤하늘 2019.09.15 23
911 칠월을 보내고 팔월을 만나다1 2019.08.01 23
910 그 여름의 펌프물1 2019.07.18 23
909 아침수영1 2019.05.16 23
908 아 이사람아 2019.02.23 23
907 여전히 비1 2019.02.23 23
906 산다는건 2019.01.19 23
905 오래된 가족사진 2019.01.17 23
904 아침운동1 2018.11.16 23
903 김 쌤 힘드셨죠2 2018.10.02 23
902 콘서트가끝나고1 2018.03.18 23
901 두껍아 두껍아1 2017.08.31 23
900 뒤척이던 밤이 지나고 2017.08.23 23
899 풋내1 2017.08.15 23
898 그 여자 장미,국화 ,무화과1 2017.08.11 23
897 그들과의 속삭임 2017.06.20 23
이전 1 ... 5 6 7 8 9 10 11 12 13 14...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