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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어느 노부부 (5)

Jenny2016.10.20 09:06조회 수 2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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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부부 (5) / 송정희

 

좁은 베란다의 빨래건조대 사이로

하늘의 먹구름이 모인다

망할 놈의 날씨

빨래도 못마르게

할머니가 투덜대신다

 

날씨 때문이 아니라

몇 주째 전화 한통 없는 자식들 때문에 마음이 상하신거다

바깥어르신도 마찬가지지만 애써 안노인 맞장구를 치지 않으신다

 

이내 눈물 꾹 훔치시는 할머니를 못 본척

할아버지는 지팡이를 찾으신다

경로당에나 가볼까 중얼거리시며

비오면 길 미끄러운데

그냥 집에 있으라고 할머니는 목 맨 소리로 붙드신다

 

가타부타 말씀없이 잡았던 지팡이 제자리에 세워두시고

짠지적 두어소당 부쳐봐 막걸리나 마시게

그렇게라도 할머니를 위로해주시려는 바깥어르신

 

그렇게 살아오신 두분

솜털 가득하번 할머니 양볼이

가뭄에 갈라진 땅바닥처럼 주름이 패이도록

다정히 볼 한번 부벼주지 못한 어르신

오늘은 권주가라도 부르시려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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