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산행 (2)

Jenny2016.10.20 09:03조회 수 4댓글 0

    • 글자 크기

산행 (2) / 송정희

 

흰 색 표식을 따라 걷는다

오늘은 아무도 못 만났다

어깨와 옆구리의 상처가 오늘은 더 쓰리다

신발 속으로 자꾸 흙이 들어간다

 

작은 날파리들이 눈앞에서 이리저리 춤을 춘다

쫓아도 계속 따라온다

잠시만 손을 내젓지 않으면 눈 안으로 금새 들어온다

저 죽을 줄 모르고

 

지도를 보니 이제 가파른 산을 올라야한다

지난 폭우에 큰 나무가 뿌리채 뽑혀 길이 끊겼다

이리저리 찾아보아도 길이 없다

별 수 없이 뿌리가 뽑혀 만들어진 구덩이로

폴을 꾹꾹 눌러가며 내려간다

 

내 키만큼의 구덩이

애써 허둥대지 않고 걷지만

물기를 먹은 흙들이 나를 놀린다

한참만에 혼자서 다시 산길을 만났다

길이 이렇게 반갑기는 처음이다

 

흰색 표식을 따라 걷는다

오늘은 11마일의 여정이다

하늘을 올려보며 기도한다

오늘밤은 제발 고막이 먹먹할 만한 야행성 동물과 곤충의 합창을

혼자 듣게 하지 말아달라고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96 7월 문학회 월례회를 마치고4 2019.07.14 34
1095 감사합니다4 2019.12.30 44
1094 날 이기는 에보니3 2017.06.15 25
1093 오늘의 소확행(4월19일)3 2020.04.19 53
1092 8월 문학회월례회를 마치고3 2019.08.11 32
1091 부추씨앗3 2017.03.24 18
1090 역전앞 지하다방에서3 2020.02.24 28
1089 6월 문학회 모임(이천 일십 칠년)3 2017.06.13 75
1088 나의 사라는(동생에게 바치는 시)3 2017.04.08 22
1087 비의 콘서트3 2020.02.05 34
1086 에스페란토2 2017.08.24 24
1085 가을이 오는 소리2 2017.08.09 36
1084 싱숭생숭2 2020.02.06 29
1083 치과에서2 2016.10.20 25
1082 등신,바보,멍청이2 2017.06.16 126
1081 문학회 모임 (오월 이천일십칠년)2 2017.05.08 35
1080 허리통증2 2018.09.06 18
1079 막내2 2018.03.18 15
1078 9월을 보내며2 2019.09.26 25
1077 김 쌤 힘드셨죠2 2018.10.02 23
이전 1 2 3 4 5 6 7 8 9 10...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