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굼벵이

keyjohn2016.10.14 10:46조회 수 68댓글 4

    • 글자 크기

어느 나라 국왕이 죽었다고

1년간 애도한 후 장례를 치른다고 한다.

애통해 하는 사람들이 TV에 넘쳐나고

오락 유흥산업은 당분간 개점휴업이란 소식도 있다.

 

내 나이 약관 즈음에

휴일도 없이 억세게 일만하는

세들어 사는 아주머니가 코까지 풀어가며 꺼이꺼이 하는데

이유는 대통령이 죽었서 운다고 했다.

 

밥 먹다가도

김추자 노래만 나오면 인사불성이 되어 춤추던 누이는

그녀가 테러로 얼굴에 상처를 입자

남자들의 폭력성과 탐욕을 육두문자로 일갈해

집안 남자들을 움찔하게 했다.

 

얼마나 좋으면

한달치 용돈을 털어

좋아하는 가수 리사이틀 구경을 가고,

얼마나 신나면

보름치 용돈을 털어

동대문 야구장엘 갈까...?


아무리 부모가 죽었다고

식음을 전폐하고

허공에 허언을 휘날리고

입술이 허옇게 터질까?


오십년이 넘도록

치열한 기쁨도

끝닿은 슬픔도 키우지 못하는 내 가슴엔

귀멀고 눈먼 굼벵이 한마리가

한오백년 세입자 계약을 했나 보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4
  • "귀멀고 눈먼 굼벵이"

    은유의 기법이 탁월 하시네요.


  • Jackie님께
    keyjohn글쓴이
    2016.10.16 12:16 댓글추천 0비추천 0

    사돈 남의 말 하시네요 ㅎㅎㅎ

    항상 젊게 사시고

    자신을 가꾸시는 모습을 제 어머니와 누나에게 견본으로 말씀드린 적이 있답니다.

    '둥굴레 차''에 대추!

    구수하고 달콤해요.

  • 그런 세입자 굼뱅이 나도  계약하고파라


    눈멀고 귀먹은 굼뱅이 어데 없소?


    재밌게 읽고갑니다

  • keyjohn글쓴이
    2016.10.16 14:18 댓글추천 0비추천 0

    선배님 같은 감성의 소유자는

    그럼 굼뱅이가 세살기 어렵죠.

    풍부하시고 예민하시고 ...천생 예인!!!!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82 추석달4 2020.10.01 54
181 첫눈2 2018.01.19 77
180 처음 뵙겠습니다15 2022.01.24 64
179 책을 많이 읽지 않으리6 2021.09.27 48
178 차차차 2020.02.04 37
177 진저리나는 사랑1 2018.08.22 63
176 지상에서 천국으로7 2022.07.18 62
175 즐거운 일기2 2017.12.22 41
174 좌욕4 2017.03.07 57
173 존스보로의 추억7 2015.12.17 76
172 조영남에 대한 소고3 2015.08.27 74
171 조송문 2017.09.13 56
170 조셉씨 유감2 2017.06.13 50
169 제로섬8 2021.12.18 63
168 정현의 그린코트 2018.01.26 41
167 정초 단상 2017.01.09 44
166 정답은 없다5 2017.05.04 55
165 6 2017.08.28 72
164 절식 2018.03.31 50
163 절벽1 2018.08.04 42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