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나의 어머니 (4)

Jenny2016.10.10 21:33조회 수 31댓글 0

    • 글자 크기
나의 어머니 (4) / 송정희


엄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내가 국민학교 학생일 때 엄마의 화장품 그릇은 내 호기심의 보석 상자였습니다
분첩을 열면 풍기던 그 향긋한 분냄새 내 작은 볼에 살살 두드려보며
훌쩍 어른이 되고 싶었습니다

여러 색깔의 립스틱을 차마 내 입술에 그려보지 못하고 작은 손거울을 보며
그리는 흉내만 냈습니다.
눈썹그리는 연필로 눈썹을 그린 뒤
엄마는 연필 뒤에 붙어있는 작은 빗으로 검은 색깔을 살살 펴셨지요
그것도 그냥 흉내만 내보았습니다

그런데 엄마 알아요?
명은이가 지은이가 나보다도 더 어릴 때부터 내가 하던 놀이를 저들도 하더라구요
나는 차마 못그리던 립스틱도 그 애들은 그리더라구요
계속 놀으라고 모른 척 했습니다

내 화장품 그릇이 내 딸들의 호기심 보석상자가 되어서야
나는 내 기억 저편의 보석상자를 꺼내올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엄마 분첩의 향기가 더 그립고 엄마가 쓰셨던 립스틱이 더 고았습니다
엄마 사랑하는 나의 어머니 엄마는 내게 아주 고운 분이십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916 역사속으로 되돌려 보낸 5월1 2019.06.02 20
915 겨울1 2017.01.03 14
914 피터(Peter)1 2017.04.23 19
913 전망좋은 새 집1 2019.01.15 15
912 너의 이름1 2020.01.16 37
911 자축1 2018.10.29 18
910 오이꽃 3탄1 2017.05.23 21
909 오래된 드라마1 2018.10.30 19
908 화분갈이1 2017.03.14 21
907 배꽃1 2018.02.22 18
906 가슴 서늘한 헤어짐1 2019.01.31 26
905 9월이다1 2018.09.01 18
904 손편지1 2017.04.24 18
903 달달한 꿈1 2018.07.16 11
902 호박꽃1 2017.06.14 19
901 릴랙스 2018.09.20 15
900 산책길 2018.10.31 9
899 아령 10파운드 2018.09.20 13
898 엄마 목소리 2018.09.20 10
897 어머니 2019.04.17 14
이전 1 ... 5 6 7 8 9 10 11 12 13 14...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