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어느 노부부 (1)

Jenny2016.10.10 21:30조회 수 24댓글 0

    • 글자 크기
어느 노부부 (1) / 송정희


어여쁜 꽃일 수록 질 때 밉다던가
노부부를 보면 할아버지가 할머니보다 더 곱상하시다
할머니가 질세라 반박하신다
좋은 거 혼자 다먹어서 그렇다고
그 말에 반대안하시며 싱긋 웃으시는 바깥 어르신

때론 두분이 벙어리같다
대화가 없이 헛기침으로 알아들으시고
방바닥 짚고 일어나시며 끄응 하는 신음으로 알아들으시고
각자의 오장육부까지 꿰뚫으시듯 서로를 아신다
그래도 할머니는 궁시렁 거리신다 웬수라고

돋보기를 써도 신문의 글씨가 어른거리지만
할아버지는 그냥 읽는 척 하신다 자식들 신경쓸까봐
할머니가 신문에 뭐 났냐고 물으시면
맨날 똑같지 하며 신문을 접으신다
그러면 할머니는 빈정대신다 똑같은 걸 왜 매일 보냐고

나는 그 평범한 노부부가 되고 싶다
수년전 땅에 뭍힌 그 사람과 말이다
나도 궁시렁 거리고 빈정대는 안노인이 되고 싶다
비오는 오후면 감자전에 소주한잔 기울이며 
우리 여기까지 오느라 서로 애썼다 하며 웃을 수 있는
그런 노부부가 되고 싶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876 나의 어머니 (11) 2016.10.20 16
875 열무국수 2018.07.07 8
874 통증 2018.09.07 4
873 같은세상 다른 풍경 2019.02.07 12
872 화분의 위치를 바꾸는 아침 2019.08.29 12
871 보경이네 (5) 2016.10.20 66
870 라클레시아 2017.05.29 44
869 달무리와 겨울바람과 어머니와 나의 고양이 2018.01.04 19
868 핏줄 2018.05.21 6
867 오늘의 소확행(2월 6일) 2019.02.07 10
866 오늘의 소확행(2월20일) 2019.02.21 22
865 자각몽 2017.04.03 19
864 어머니의 기억(3) 2018.01.04 12
863 정갱이의 혹 2018.05.21 16
862 아이들의 여행 2019.02.07 11
861 세상 2017.04.03 14
860 오늘의 소(소 하지만) 확(실한) 행(복) 2018.05.21 8
859 여행 2018.09.07 7
858 집으로 오는 길 2019.07.24 15
857 애팔라치안의 추억 2017.04.03 19
이전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