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이한기
- 국가유공자
- 계간 미주문학 등단
- 미주한국문인협회원
- 애틀랜타문학회원

금선탈각(金蟬脫殼) (1)

이한기2023.10.16 08:41조회 수 58댓글 0

    • 글자 크기

    금선탈각(金蟬脫殼) (1)       

                               淸風軒     

 

차고 뒤, 길 건너 넓은 뜰에

두그루 벚꽃나무 옆에

불청객(不請客)처럼 멀뚱하니

 서 있는 배롱나무 한 그루,

수시로 얇은 껍질을 벗는

나목(裸木)이다.

아침 해 오르기 전, 더덕더덕

일어난 껍질을 벗기고

매끈하게 몸단장을 시켜주는

것으로 나의 일상(日常)을 

시작한다.

 

여느 때처럼 오늘 아침에도

배롱나무의 몸을 단장하는데

금빛 매미 한 마리가

배롱나무를 부둥켜 안고

있는게 아닌가! 살금살금

다가가 눈을 가까이 하니

속이 텅 빈 금빛 매미다.

누가 볼까 부끄러워 아마

캄캄한 어둠속에서 허물을

벗고 날아간 흔적, 아,

금선탈각이다.

 

애벌레(굼벵이)로서 7년을

넘는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내고 껍질을 벗은 후에

수컷은 여름 정취(情趣)를

더해주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며 사랑을나눈 후에,

그리고 암컷도 알을 낳은

후에 각각 흙으로

귀향(歸鄕)한다.

참으로 묘(妙)한 삶의

여정(旅程)이네!

 

나는 74년을 밝은 땅 위에서

인고(忍苦)의 세월을

보냈건만 아직도 때묻어

찌든 허물을 뒤집어 쓰고

있으니---

어느 때일런가! 때묻어 찌든

허물 벗어버리고날아오를

날이, 그런 후 잠시 더 땅에

머물다 금선(金蟬)처럼

이 몸은 태초의 본향(本鄕)인

흙으로 돌아가리라. 

조견오온개공照見五蘊皆空!

 

*Atlanta 한국일보 게재.

     (2021년 9월 24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85 자리 타령 2023.11.19 141
284 판 타령 2023.11.19 141
283 겸손(謙遜) 1 2024.05.04 140
282 봄꽃들의 향연饗宴 2024.03.07 139
281 이설(異說), 삼위일체(三位一體) 2023.11.25 139
280 별빛 타고 2024.05.23 138
279 '0'(零) 2023.12.09 138
278 찬송讚頌할지어다! 2024.04.23 137
277 들풀꽃 2024.04.21 137
276 영迎, 춘흥春興 2024.03.03 137
275 5월의 노오란 장미꽃 2024.05.24 136
274 세월歲月의 무게 2024.04.24 136
273 어디로 흘러가는가! 2024.05.20 135
272 한恨뭉치! 2024.02.28 134
271 돈가(豚家)네 2023.11.27 134
270 솔향(香) 그윽한 송원(松園) 2023.11.14 134
269 홀로 즐기기 2023.10.06 134
268 불두화佛頭花를 위로慰勞 2024.04.26 133
267 칠정(七情) - 단상(斷想) - 2024.01.03 133
266 속마음(內心) 2023.12.10 133
이전 1 ... 2 3 4 5 6 7 8 9 10... 18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