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

keyjohn2020.06.08 17:09조회 수 50댓글 2

    • 글자 크기
구름은 솜사탕 머리에 얹고 두둥실 흐르고,
녹색 모자 난쟁이들  숨바꼭질하는 나무를 잡고
바람이 산들 왈츠를 추는 
여름날.

개구리 점프로 꽃잎에 입맞춤 하자,
꽃은 잎을 모아 수줍게 얼굴을 가리고, 
청솔모 제 꼬리짓에 놀라 멈칫하는 
또 여름 날.

사랑은 구름처럼 멀고
또 사랑은 나무를  스치고 사라지는 바람인 것을

한번도 버섯의 손길을 받지 못한 
백년의 이끼이며,
갈대와 진흙모아 둥지를 만들고도
짝을 찾지 못한 들새다.

아직도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


*글쓴이 노트

푸르른 나이에 방언을 하고도,
서정주의 '선운사'로 도솔암에서 열반을 꿈꾸었고,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으로 성모를 흠모한 죄로
조물주는 이순의 문턱에 선 나에게 벌을 주는 모양.
사랑의 정의 하나 내리지 못하고
하염없는 갈증으로 이리 고문당하는 걸 보면.

신화나 전설이 되어 버린 사랑타령하는 것이 
죄스러운 요즈음이다.
그런데 모임 홈피에 글 올리는 것이 더 죄스러운 것은
내 소심함 탓 때문은 아니라고 우겨본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2
  • 이순을 둔 나이에 이런 서정을 갖고 있어 부럽군요.

    고문 당하더라도 좋으니 이런 느낌 속에 빠져 보고 싶은.....

    아직 살아있네요.

    1연에 첫 문장을 앞 뒤 바꾸고 조사만 더 들어가면 어떨까요?

    4연에 '나는' (5연에' 나를' 이 나오기 때문에) 만 때면 

    은유가 돋보이고 글을 쓴 사람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문장입니다.

    즐감하게 해줘서 감사합니다.




  • 강화식님께
    keyjohn글쓴이
    2020.6.11 16:05 댓글추천 0비추천 0

    시간의 홍수에 익사당할까

    허위감정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잠깐 설레이기도

    두근거림도 있었답니다. ㅎㅎ

    '상상임신'으로도 입덧하는 것처럼..


    섬세한  문학적 지적에 감사드립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42 염장3 2017.09.07 150
141 연선, 텔로미어를 위하여1 2020.01.13 301
140 연말 기억정산 파티 2017.12.23 40
139 연극이 끝난 후4 2021.11.18 39
138 여름 편지13 2022.07.21 113
137 애틀랜타 별곡(1)10 2022.06.05 66
136 애틀란타 연가3 2019.12.29 51
135 알러지7 2020.08.26 75
134 안착1 2018.01.02 39
133 아침 2018.07.20 44
132 아비의 이름으로2 2020.06.09 43
131 아마도 빗물이겠지 2016.01.08 59
130 아름다운 사람7 2021.10.13 59
129 아름다운 간격 2017.09.02 106
128 아! 나의 형5 2020.05.05 80
127 식구4 2021.10.10 33
126 시작 그리고4 2015.02.12 148
125 시신 단장사5 2017.05.05 56
124 시름의 크기2 2017.09.27 49
123 스모키 마운틴 기행5 2017.02.05 58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