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부러우면 지는거다

송정희2020.02.10 18:46조회 수 28댓글 0

    • 글자 크기

부러우면 지는거다

 

졌다

함박눈이 너무 예뻐 들여다보니 얇게 펴진 눈결정이 너무 예쁘다

꽃보다 예쁜 눈결정이 부러웠다

누구나 들여다보며 예뻐할 그것이 부럽다

또 졌다, 그 된서리의 숱한 밤속에서도 그리고 하루 꼬박 내린

함박눈속에서도 옆집마당의 수선화가 노오란 꽃을 피웠다

어찌 그럴 수 있단말인가

난 비가 조금 내려도 눈이 와 길이 조금만 미끄러워도 산책을 못가는데

졌다 함박눈에게도 이른 수선화에게도

부러워서 졌다 나는

오늘은 종일 추적추적 내리는 비

현관입구의 캐노피가 바람에 덜컹덜컹 운다

큰 화분으로 옮긴 작은 아프리칸 바이올렛이 보랗빛 도는 희고 작은 꽃을

피워내는 화분을 가까이에 두고 들여다본다

뿌리를 내리려 곁잎을 잘라낸 자리가 아프게 보여도 분갈이에 적응을 했는지

꽃이 매일 더 피고있는 기특한 바이올렛

소리없이 밤이 오고 빗소리가 홈통을 타고 더 큰소리로 들린다

늘 나의 앙탈에 져주던 나의 지아비

평생을 내게 져주신 나의 어머니

내가 살면서 이겨본 두분이시다

철따구니 없는 딸과 아내로 살며 이나이가 되었다

환갑의 나이에 함박눈에도 지고 봄꽃에도 지며 그들이 부러운것은

아직 이기고싶은 욕심이 남아있나보다

그래

이제는 내게 들러붙어있는 귀신같은 아픔들을 이겨내고

나를 둘러싼 두려움들에게서 이겨 보자

매일 먹는 밥이 더 맛있어 지고 베이글에 바른 크림치즈가 전처럼

맛있어지는 날까지 그 못된 후휴증들과 싸워 이겨보자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36 꽃물1 2017.01.18 15
135 깊어가는 겨울 2019.01.22 10
134 김장 2016.10.27 15
133 김선생님 2017.09.09 27
132 김선생님 2018.08.26 9
131 김밥싸는 아침 2019.12.20 17
130 김 쌤 힘드셨죠2 2018.10.02 23
129 2019.03.13 26
128 긴꿈1 2018.01.01 17
127 기찻길 옆에서 2017.06.04 15
126 기일 2019.12.09 14
125 기우는 한해 2018.10.22 7
124 기복희선생님의 시낭송회1 2019.09.23 27
123 기도 (2) 2016.10.20 11
122 기도 2016.10.10 19
121 기다림의 꽃 2020.04.19 39
120 기다림 2017.05.26 19
119 기다림1 2018.02.19 24
118 기계치 2019.12.28 20
117 금요일이다 2018.10.07 8
이전 1 ... 44 45 46 47 48 49 50 51 52 53...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