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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아들

송정희2020.01.20 11:54조회 수 23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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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티비를 보며 소파에서 졸고있는데 아들에게서 걸려온 전화

10분 후에 도착한다고

후딱 일어나 거울을 보니 웃긴다

부스스한 얼굴과 머리

대충 어질러진 것들을 치우고 왜 올까 생각해본다

일요일 오후에. 부부싸움을 했나

쏘닉 빅핫도그와 음료를 양손에 들고 온 주환이

그냥 심심해서 왔다고

난 배도 안고픈데 먹으라는 성화에 핫도그를 우겨 넣고

녀석은 이런저런 얘기를 한다

작년에 결혼한 친구가 아들을 낳았는데 안아보니 깃털처럼 가볍더라고

그러더니 갑자기 청소를 하겠단다

난 속으로 얼씨구나 싶었다

식탁의자를 다 옮기고 꼼곰하게 청소를 시작하는 아들

그러려고 왔구나 그제서야 이해가 간다

허리가 안좋은 날 위해 날잡아 청소해 주러 온 아들

무거운 리클라이너 췌어도 옮기고 이사와서 한번도 안 움직인 소파도

옯기고 그 바닥을 쓸고 닦고

그야말로 때뺴고 광내는 아들

나도 이때다 싶어 냉장고 청소를 시작했다

냉동실의 오래된 식재료를 버리고 냉동실의 묵은 음식도 미련없이 버렸다

그렇게 저녁이 되었다

정말 오래된 체증이 내려간듯한 개운함

생각지도 않은 큰 선물을 받은 기분 좋음

옮겨놓은 것들을 제자리에 옮기고 쿨하게 돌아가는 아들의 뒷모습

찬바람이 윙윙대는 저녁이다

이렇게 행복한 주일 오후를 보냈다

오늘은 철부지가 아닌 남편같은 아들이 되어 준 아들 주환이

고맙다

다음에도 또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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