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에보니의 가출소동

송정희2018.11.18 09:24조회 수 18댓글 0

    • 글자 크기

에보니의 가출소동

 

일년이면 한두차례씩 꼭 이 소동이 일어난다

어느 사이엔가 에보니가 밖으로 나가서 안 보이기 시작하는 비오는 날 오후

에보닌 내게 두살 때 왔다

아마도 그 전에 살던 집에서는 바깥출입을 하던 아이였었나보다

날도 추워지고 비는 오는데 하필이면 택일을 해도 왜 오늘일까

거실창문을 열고, 현관문을 열고, 차고로 나가서 이름을 불러본다

에보니, 에보니

메아리도 없는 내 목소리

비는 더 세차게 오고 바람도 많이 분다

유난히 추위도 많이 타는 녀석이라 더 걱정이 된다

한편으로는 그래 그렇게 나가고 싶었으니 실컷 고생좀 해봐라

그 마음도 잠시 눈은 창밖으로 녀석을 찾는다

그렇게 밤이 오고 난 잠들지 못한다

거실밖과 현관 밖에 전등을 켜놓고 차고문도 조금 열어 놓았다

들어와 비라도 피하라고

새벽까지 안 들어왔다

다음날 아침에  보니 어느새 차고에 들어와 떨고 있는 녀석

이름도 부르기 전에 내 앞으로 온다

미안한 모양인지 날따라 냉큼 집안으로 들어온다

우선 밥있는 쪽으로 가더니 허기를 채운다

그러니 왜 나가시냐고요

여우같은게 내 동선을 다 파악하고는 귀신처럼 탈출을 한다

그래도 이번엔 다치지 않고 들어와서 천만다행

때론 다른 길고양이에게 물려서 들어오기도 한다

오후엔 글루밍하러 예약을 해놓고 라지에터에 데운 따뜻한  마른 수건으로

녀석의 물기를 닦아준다

웬수가 따로 없다

난 잠도 설치고 꼴이 말이 아니다

혹시 기생충이라도 묻어 왔을까 동물병원에도 가봐야한다

돈이 많이드는 녀석의 가출소동이다

허기를 채운 녀석은 제 잠자리로 가서 꾹꾹이를 한참 하더니

웅크리고 잠이든다

어쨋든 무사히 돌아와서 고맙다 에보니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476 집들이 준비 2019.01.24 18
475 쉼터 2019.07.16 14
474 안개 낀 아침 2020.03.17 36
473 사랑이란 2018.08.01 9
472 베이즐향 2019.08.01 22
471 2019년 나에게 2019.12.25 15
470 내가 사는 세상은 2018.10.18 26
469 크리스마스와 나 2019.12.25 13
468 아침약 2017.08.19 26
467 그 길의 끝이 있을까 2018.08.01 11
466 바람이 분다 2018.10.18 14
465 성공 2019.12.26 16
464 조용한 오전 2020.02.01 137
463 부고를 듣고 2017.05.16 17
462 오해예요 2018.08.01 10
461 그리움 2019.12.26 14
460 선 잠을 깨어 2016.10.10 44
459 멀고도 먼길 2018.08.01 10
458 나의 어머니 (1) 2016.10.10 22
457 막장 드라마 2016.10.10 25
이전 1 ... 27 28 29 30 31 32 33 34 35 36...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