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도마두개

송정희2018.06.26 08:36조회 수 10댓글 0

    • 글자 크기

도마 두개

 

나는 나무도마 두개를 주방에서 쓴다

주로 사용하는 중간크기와 과일을 썰거나 작은것을 썰때 쓰는 작은도마

오늘같이 햇살이 좋은날은 반드시 햇볕에 소독을 한다

표면이 따끈해진 도마를 배에 대면 느껴지는 기분좋은 따스함

코에 대보면 씻어도 남아있는 야채냄새

몇년전 같은 교인인 쉐리집에 초대받아 갔을때

그녀가 주방에서 쓰던 큰 나무도마

대대로 내려오는 오래된 그 나무도마에서 난 눈을 뗄수가 없었다

손때가 묻어 모난데 없이 맨질맨질한 그 나무도마는 왠지 그 집안의 매력을 다 보여주는 느낌

할머니의 할머니때부터 대대로 내려오며 전해온 그 집안만의 다정함이랄까

주방기기를 구경하러다니는것은 몇안되는 내 취미중의 하나이다

예쁘고 화려한 그릇도 물론 좋지만 나무로된 도마나 식기류를 구경하는게 난 좋다

나무그릇에 음식 담는것을 좋아하는 내게 친구들은 사찰음식같다고 하지만 난 나무의 그 정겨움이 좋다

생선을 구워 큰 나무접시에 달랑 올리고 옆에 레모 몇조각

내겐 삶의 사치같은거다

큰접시에 동그랗게 모양을 낸 밥 반공기를 담고 나물반찬 몇가지 올리고 밥을 먹으면 지중해의 근사한 레스토랑에 온듯한 느낌. 아들이 신혼여행에서 사온 오픈하지 않은 와인도 옆에 세워두고

호기를 부린다

요리의 시작은 칼질이라 생각한다

칼질이 잘되려면 좋은 도마가 필요하다

언젠가 쉐리집에서 본것같은 도마를 만나면 꼭 사리라

얼머전 티비에서 가수 이상민씨가 사용하는 도마가 소개됐다

그사람은 도마에 음식을 담아 먹더이다 마치 접시마냥

나도 별종이지만 그사람도 연구대상이더이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56 어머니와 꽃수레 2017.05.21 18
255 허리케인 플로렌스 팔행시 2018.09.17 11
254 놀란 에보니 2018.10.29 12
253 혼자 먹는 스파게티 2019.08.18 19
252 뒤척이던 밤이 지나고 2017.08.23 23
251 국화꽃 화분 (2) 2018.09.17 11
250 풍요한 삶 2018.10.29 18
249 오늘의 소확행(1월14일) 2019.01.15 15
248 왜 안오셨을까 2018.10.29 17
247 나 홀로 집에 여섯째날 2019.02.13 16
246 오곡밥과 풀떼기반찬과 사돈 2019.09.13 20
245 손톱을 자르며 2018.08.11 9
244 눈물이 나면 2018.09.18 8
243 오래된 기억들을 보내며 2020.02.05 21
242 비키네 정원 2018.08.11 7
241 피터와 바이얼린 2018.09.18 12
240 아침인사 2020.02.29 27
239 잠자리 2018.08.11 11
238 한가위 밤하늘 2019.09.15 23
237 오늘의 소확행(1월1일) 2020.01.01 16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