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하얀꽃
석정헌
고개를 갸웃 거린다
눈 앞에서 아른거릴 아지랑이는
아직도 먼산에 걸려 주춤 거리는데
차례를 기다리든 꽃
참지 못하고
비 그친 가로에서
성급하게 활짝 꽃 피운다
꽃들은 배열을 무시하고
계절조차 앞지려며
향기는* 향수를 불러 일으키고
산만하게 혹은 질서 정연하게
별을 닮은 하얀꽃
피우며 떨어지며
가지에서 땅위에서 작은 우주를 이룬다
* 60여년전 집안에서 운영하던
비누공장에서 만들던 짙은 갈색 빨래 비누
만들때 나든 별로 좋잖은 냄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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