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오성수
- 시인
- 1982년 도미
- 월간 한비 문학 신인상 수상
- 애틀랜타 문학회 전 회장

하얀 겨울에도 나무는 불신의 벽을 허문다

석정헌2018.01.17 10:08조회 수 32댓글 0

    • 글자 크기


     하얀 겨울에도 나무는 불신의 벽을 허문다


                           석정헌


나무가 한 곳에 서 있다고

세상을 모른다

갇혀 있다 하지마라


벗은 가지

먼 산기슭 아지랑이 아롱 거리며

하나 둘 움을 튀우고

눈부신 꽃을 피우며

벌 나비 불려 모아 

제 몸을 내어 주고 수태를 하여

붉게 타 오른 태양 아래

튼실한 몸을 키워 짙어진 녹음

먼 길 가는 나그네의 발걸음 죽이고

땀을 식힌 흔들리는 이파리

열매 맺힌 계절

온갖 들짐승 토실토실 살 오르고

오래된 담벼락 담쟁이 붉게 물들며

하나 둘 떨어지고

감나무 꼭대기 까치밥 위태롭게 간들거릴 때

하얀 눈이 내린다

어지러운 세상 눈으로 도배한

이런 날도 뿌리는 땅 속에서 쉬지 않고

인간이 허물지 못하는 

불신의 벽을 허물며 뿌리를 뻗어 가고 있다

누가 나무를 움직이지 못한다고

갇혀 있다고 하며

세상을 모른다고 하나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89 겨울의 초입3 2021.11.06 25
88 겨울의 어떤 도시 한 귀퉁이2 2016.12.27 34
87 겨울 나그네 2015.04.09 7
86 겨울 갈대 2017.01.18 25
85 겨우살이 2016.01.30 84
84 검은 가슴 2015.06.09 42
83 건방진 놈 2019.02.06 32
82 거짓말1 2018.02.14 45
81 거절. 후회 그리고 통증 2018.05.19 28
80 거울 2017.05.31 32
79 거스를 수 없는 계절 2018.08.02 28
78 거미줄 2023.02.14 25
77 거리의 여인 2015.03.19 186
76 개성공단 2016.02.11 35
75 개꿈이었나4 2022.05.28 47
74 개꼬리 삼년 묵어도 황모 못 된다2 2022.10.17 30
73 갈대소리 2015.10.09 7
72 가자 2016.06.21 815
71 가을이 오는 시간 2016.08.12 32
70 가을의 초상 2023.09.21 11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