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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정
- 중앙대 교육학과 졸업
- 2000년 도미
- 둘루스 거주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떡으로 부터 단상

keyjohn2017.08.02 11:24조회 수 62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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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퇴근길에 들른 그로서리에서

사탕가게 앞 아이처럼

떡가게에서 걸음을 멈춘다.


쌀 범벅에 굵고 검은 콩이 곰보자국마냥 박혀있는 떡,

화냥의 입술처럼 분홍으로 물들인 미끈한 떡,

쌀 사이에 노란 호박이 질펀하게 누워 있기도 하다.


시루떡은 정답고 낯이 익기는 하나

먹을 때 가루가 떨어지고 너무 뻑뻑해서

목넘김이 쉽지 않아 손길을 거두었다.


잠시, 수선스럽고 매사에 아량이 없는 친구에게는

주위에 진득한 친구가 드물다는 것을 생각했다.

내 손길이 시루떡을 멀리한 것 처럼.


다음 날 일터에서

갓김치와 떡을 간식으로 먹는데

궁합이 제법이다.

약간 퍽퍽하고 심심한 떡에

갓김치의 풋내와

바다 소금맛이 간간하게 베이면서

혀도 즐겁고 목넘김도 청산유수다.


기습적으로 들어온 손님이 

콧망울을 조심스럽게 손가락으로 

쥐어 잡길래,

얼른 김치 통을 덮고

아직 미지근한 커피를 마셨더니

이 또한 무릉도원에서 먹는 복숭아 인 듯

'그만'이다.


입안에 남아있던  소금의 잡쪼릅한 맛

커피에 함락당해 텁텁하다 씁쓸하더니

담백하게 실내장식을 바꾼다.


Korea passing  뉴스도,

러시아 중국의 밀월이

트럼프의 악몽이된 뉴스도


이 사소한 즐거움 앞에선 

썰물에 밀려가는 빈병처럼

하릴없이 머리를 스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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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
  • 아멘

  • 석정헌님께

    친구님

    제게서 장미향,국화향, 무화과향을 나게 해줘서 무한 감사

    정말 행복한 아침이네요

    누군가에게 꼭 듣고 싶었던 연시를 들은 느낌니라면 지나친걸까요?

    포장되어있는 떡도 어쩜 그렇게 이쁜 표현으로 ,,,,

    덕분에 떡도 먹고싶어지는 아침이네요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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