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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비,종일 비

송정희2017.06.20 22:43조회 수 1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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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일 비

 

오전을 어떻게 어떻게 참아내다

정오부터 내리는 비

어쩌면 비는 대지에 있는 모든것들에게

무슨 얘기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계곡과 냇가와 실개울에서 모여

호수와 바다로 간 물들이

작은 입자로 다시 하늘로 올라

세상구경을 물리도록 하다가

다시 빗물로 필요한 곳으로 내려온다

 

비는 서로 그리웠다는듯 나무와 꽃에 입맞추고

쩍 벌어진 땅바닥을 메우고

모래사막에 사행천을 만든다

오년전 애팔라치안 산맥 어딘가에서

칠일을 내게 쏟아졌던 비

날 보고파했던 이가 빗속에 있었나보다

 

창문을 여니

비릿한 흙냄새가 후욱

바람과 함께 내 머리카락을 날린다

난 눈을 감고 그 흙냄새를 맡는다

큰 함석지붕집에 살던 시절

앞 텃밭의 냄새

 

그 동네가 보인다

난 양갈래로 머리를 땋은 여덟살

호병이네 담벼락에 호박꽃이 피고

큰 꽃술을 따서 손톱에 박박 문지르면

황금빛 물이든다

비가 만들어 주는 추억속에서

잠시 행복한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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