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필연

송정희2017.06.14 10:28조회 수 25댓글 2

    • 글자 크기

필연

 

천년전쯤 내가 여기 있었나보다

처음 오는 길이 이리도 익숙할까

길끝의 고목이 날 아는체하고

우린 알 수 없는 언어로 인사를 한다

 

작은 호수였던 못이 물이 마르고

늙고 병든 짐승이 거죽과 해골을 남기고

한때 청명했던 잔 파도의 소리바람만

빈 못에 처량하다

 

휘리릭 지나가는 바람이

잊혀진 이름을 불러줘도 난 기억못한다

그저 이곳만이 익숙할 뿐

왜 오랜 시간을 걸어

다시 이곳에 왔을까 나는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2
  • 저도 데자뷰 같은 현상을 사람으로 경험한 적이 있답니다

    기차를 타고 가는데 통로 건너 편에 앉은 사람이 

    너무 익숙해 참지 못하고 말을 걸었더니

    어쩌면 그쪽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더라구요

    그런데 지연 혈연 심지어 사돈에까지 훝었지만 공통분모는 없었어요


    음료수랑 계란을 대접하며

    나는 채무자 당신은 채권자 였던 것으로 결론내며 웃었던 기억이 나요.


    '필연'은 개인적으로 제 취향입니다.

    묘사된 단어나 전개가

    아름답기보다는 그로테스크하고

    활기가 넘치기 보다는 삶의 고단함에 지치고

    밝은 미래보다는 놓쳐버린 과거의 일들에

    천착하는 편이거든요


    마른 빈못에 죽은 짐승의 사체...

    그 순간 나를 스치는 섬뜩한 바람...

    그 때 죽고 싶을 것 같아요


    '필연' 여행 너무 좋았어요.






  • 송정희글쓴이
    2017.6.14 21:19 댓글추천 0비추천 0

    오랫만의 친구같은 댓글 감사해요.

    그리고 무사히 컴백하셔서 더 좋구요'

    가끔은 이렇게 슬픈글이 써지네요.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96 7월 문학회 월례회를 마치고4 2019.07.14 34
1095 감사합니다4 2019.12.30 44
1094 날 이기는 에보니3 2017.06.15 26
1093 오늘의 소확행(4월19일)3 2020.04.19 53
1092 8월 문학회월례회를 마치고3 2019.08.11 32
1091 부추씨앗3 2017.03.24 18
1090 역전앞 지하다방에서3 2020.02.24 28
1089 6월 문학회 모임(이천 일십 칠년)3 2017.06.13 75
1088 나의 사라는(동생에게 바치는 시)3 2017.04.08 22
1087 비의 콘서트3 2020.02.05 34
1086 에스페란토2 2017.08.24 24
1085 가을이 오는 소리2 2017.08.09 36
1084 싱숭생숭2 2020.02.06 31
1083 치과에서2 2016.10.20 25
1082 등신,바보,멍청이2 2017.06.16 126
1081 문학회 모임 (오월 이천일십칠년)2 2017.05.08 35
1080 허리통증2 2018.09.06 20
1079 막내2 2018.03.18 15
1078 9월을 보내며2 2019.09.26 25
1077 김 쌤 힘드셨죠2 2018.10.02 23
이전 1 2 3 4 5 6 7 8 9 10...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