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부론 할머니

송정희2017.06.05 07:04조회 수 17댓글 0

    • 글자 크기

부론 할머니

 

어렷을적 옹기종기 모여살던 동네에 사시던

제일 나이 많으셨던 부론할머니

할머니 고향이 부론이라 그렇게들 부르셨다

자식이 없어 양아들을 맞아

손주셋을 키우셨였다

 

아들며느리가 시골에서 농사를 짓고

손주들은 할머니 집에서

국민학교와 유치원을 다니고 있었는데

얼마나 지극정성 손주들을 보살피시는지

평소 걸걸하고 급하신 셩격과는

의외의 자상함에 가끔 놀라기도 했다

 

동네의 욕쟁이 할머니

동네의 소문과 소소하게 일어나는 모든일에

관여하시고 거침없이 폭언도 하셨던 할머니                                      

동네의 어려운일에 가장 먼지 힘을 보태시고

동네의 슬픈일에 제일 먼저 우시던 할머니

 

내가 힘들게 병추렴을 할때

거의 매일 나를 들러보시며

이마도 짚어주시고 손도 잡아 주시던 할머니

조금이라도 내가 차도가 있으면

덩실덩실 나와 어머니 앞에서

지화자를 외치시며 춤추시던 할머니

 

벌써 돌아가신지 육년

가끔은 그분의 반쯤 욕이 섞인

거친 농담도 듣고 싶고

세상을 향해 비난과 조롱을 해학적으로 하셨던

여걸스런 모습이 그립다

 

할머니, 부론 할머니

저도 이제 그 어릴적 정희가 아녜요

그래도 여전히 할머니만한 강단도 용기도 없네요

할머니의 배짱과 너그러움

존경합니다

제 어릴적 병약한 제게

희망과 기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736 사는 이유 2019.04.26 21
735 꿈속에서 2020.01.06 22
734 530 2017.04.11 28
733 돼지 간 2018.09.27 10
732 이쁜 강사 린다 2019.02.05 13
731 수필: 수영장의 풍경 2016.11.30 14
730 아이비 햇빛 쪼이기 2018.03.15 62
729 나또 비빔밥 2019.02.05 9
728 약을 담으며 2019.04.26 13
727 수필: 가려진 시간 속으로의 여행 2016.11.30 18
726 사는것 2019.04.26 21
725 수필: 내 옷장속의 가을 2016.11.30 26
724 소란한 나의 정원 2017.04.01 17
723 반갑다 유월 2017.05.29 61
722 아침운동 2018.05.15 8
721 오늘의 소확행(1월20일) 2020.01.21 24
720 내 옷장속의 가을 2016.11.30 54
719 어바웃 타임 2018.05.15 10
718 새살짜리 나의 레몬 트리 2018.07.18 30
717 가족여행 시작하는 날 2019.06.09 14
이전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