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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반갑다 유월

송정희2017.05.29 07:20조회 수 61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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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유월

 

아침 일찍 이슬이 묻은 실한 오이 세개를 따서

토막을 내 칼집을 넣어 바다소금에 절입니다

오이 소박이 만들려구요

칼끝에 묻어나는 끈적한 신선함

그 향에 취해 봅니다

 

기억못하는 어릴적 말고도

수십번의 유월을 지나

또 유월이 내게로 수줍게 오고 있네요

해마다 우린 꼭 한달동안 만나

사랑을 합니다 칠월이 올때까지 말이죠

 

머리부터 발끝까지 청아한 푸른빛 너울을 쓰고

가끔은 비를 가끔은 천둥번개를 데리고 와

우린 함께 공기놀이도 할겁니다

아직 저쪽 길모퉁이까지 오지 않은 유월을

난 즐겁게 기다리고 있죠

 

난 알고 있죠 유월이 또 내게 당부할 말을요

한달간의 즐거운 만남이 지나면

올해도 반이 지나므로

게으름 피우지 말고

그렇다고 너무 급하게도 말라고요

 

나도 유월을 맞을 준비를 해야죠

일년만에 만나게 될 우리는 무척 설레거든요

작년에 한 약속을 내가 잘 지켰는지

잘했다 칭찬을 받을 수 있는지

올해는 유월이 어떤 친구들을 데리고 올지

 

해줄 이야기도 많아요

오월에 돌아가신 밀리 할머니

한국에 계시는 어머니의 치료되는 치매

희정이의 교생실습과 이사

나의 오케스트라 여름방학

 

보여 줄것도 많아요

정원에 자라는 키큰 세개의 오이모종

골마루 화분에 자라는 네개의 청량고추

무성한 상추들

두통 가득 받아 놓은 빗물

 

반갑다 유월

올해도 만나게 되어 정말 반갑고

잊지 않고 날 찾아와 줘서 고맙다

우리 삼십일동안을 삼년처럼 지내보자

그리고 내년에도 또 꼭 만나자

곧 보자 나의 유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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