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비 그친 오후

송정희2017.05.24 15:37조회 수 14댓글 0

    • 글자 크기

비 그친 오후

 

비가 그친 뒤 더 뜨거워진 태양은

골마루 우묵한 곳에 고인 빗물을 덥히고

박힌 못이 튕겨져 올라온 젖은 골마루를 뒤틀리는 오후

슬픈 님의 한숨같은 바람이 내게로 분다

 

하늘 저 끝에 한뼘만한 구름이

먼저 바람을 보내 울타리위에 큰 향나무를 흔들고

비의 전령처럼 바람은 내집에도 불어와

닫힌 유리창 밖에 머물러 나를 들여다 본다

 

거실 천장에 매달린 큰 바람개비가

저도 바람을 만들어 창밖의 바람과 마주해

낮선 바람끼리 외면을 하는 초여름의 오후

세시간 전쯤에 먹은 닭죽이 내게 최면을 건다

 

잔디반 잡초반인 나의 뒷마당엔

키큰 잡초들이 비온 뒤 씨앗을 맺고

키작은 잔디를 조롱한다

잔디는 새초롬히 푸른빛을 더하고

저마다 젖은 줄기를 햇빛에 말리며

햇살과 사랑을 한다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256 오늘의 소확행(12월26일) 2019.12.27 13
255 나의 어머니 (3) 2016.10.10 23
254 나의 아들 (4) 2016.11.08 19
253 넝쿨장미 2018.05.07 13
252 만남 2018.11.26 19
251 노을꽃 2019.12.28 13
250 어느 노부부 (1) 2016.10.10 24
249 왜 그러셨어요 2016.11.08 22
248 동트는 풀장 2017.05.17 11
247 시간의 미학 2018.05.07 9
246 첫용돈 2018.07.09 8
245 문이 닫히는 중 2018.11.26 16
244 기계치 2019.12.28 20
243 요리하실래요 2016.11.08 11
242 지은이와의 점심 2017.02.25 18
241 이불을 빨며 2017.05.17 10
240 이유 2017.08.20 20
239 집안내럭 2018.07.09 14
238 내 눈의 조리개 2018.11.26 8
237 바람소리 2019.03.06 8
이전 1 ... 38 39 40 41 42 43 44 45 46 47...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