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오후
비가 그친 뒤 더 뜨거워진 태양은
골마루 우묵한 곳에 고인 빗물을 덥히고
박힌 못이 튕겨져 올라온 젖은 골마루를 뒤틀리는 오후
슬픈 님의 한숨같은 바람이 내게로 분다
하늘 저 끝에 한뼘만한 구름이
먼저 바람을 보내 울타리위에 큰 향나무를 흔들고
비의 전령처럼 바람은 내집에도 불어와
닫힌 유리창 밖에 머물러 나를 들여다 본다
거실 천장에 매달린 큰 바람개비가
저도 바람을 만들어 창밖의 바람과 마주해
낮선 바람끼리 외면을 하는 초여름의 오후
세시간 전쯤에 먹은 닭죽이 내게 최면을 건다
잔디반 잡초반인 나의 뒷마당엔
키큰 잡초들이 비온 뒤 씨앗을 맺고
키작은 잔디를 조롱한다
잔디는 새초롬히 푸른빛을 더하고
저마다 젖은 줄기를 햇빛에 말리며
햇살과 사랑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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