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호박죽

송정희2017.05.12 08:33조회 수 15댓글 1

    • 글자 크기

호박죽

 

속이 샛노란 반토막 호박을 샀다

좀 더 토막을 내 얇게 저미듯 껍질을 벗긴다

이젠 내공이 생겨 쉽사리 껍질을 제거한다

벗겨진 껍질을 거름으로 쓰려고 거름통에 넣는다

 

어렷을적부터 먹었던 호박죽

내 입맛은 날 키워주신 할머니의 입맛이다

한국을 떠나 비로소 그 맛이 그리워

수도 없는 시행착오 속에 할머니의 호박죽을 찾아냈다

그때의 기쁨은 할머니를 뵌듯한 기분

어머니 들으시면 또 서운해 하실라

 

호박을 깍두기 모양으로 썰어 믹서기에 곱게 갈아

슬로우쿡커에 넣고

냉동실에 얼려둔 삶은 강낭콩과 멕시칸콩을 넣고

바다소금으로 간을 한다

쌀가루를 물에 잘 풀어 호박죽물이 끓으면 부어준다

호박죽은 밤새 슬로우쿡커에서 고아진다

 

아침에 일어나 꿀과 계피를 넣고

잘 저어 간을 본다

아 할머니 냄새

돌절구에 찢은 땅콩을 뿌린다

 

후후 불어 한입 입속에서 음미해 보니

할머니 냄새와 어머니 냄새가 가득하더라

친구가 내게 그런다

귀챦게 왜 하느냐고  사먹지

내가 대답한다

사는것엔 내 할머니 냄새가 안나거든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1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416 4총사의 오곡밥 2019.02.23 18
415 산다는 것 2019.04.19 18
414 아침풍경 2019.05.09 18
413 한여른 햇살 2019.08.06 18
412 닷새 남은 팔월 2019.08.25 18
411 살다보니1 2019.09.02 18
410 오늘의 소확행(9월3일) 2019.09.04 18
409 9월 초입의 날씨 2019.09.05 18
408 동내산책 2019.09.05 18
407 느닷없이 내리는 비 2019.09.11 18
406 이른아침 산책길 2019.09.15 18
405 오늘의 소확행(9월 23일) 2019.09.24 18
404 한걸음씩1 2019.10.18 18
403 도토리묵 2019.11.17 18
402 청국장 2019.12.20 18
401 김밥싸는 아침 2019.12.20 18
400 9 2019.12.28 18
399 외로운 밤에 2020.01.08 18
398 포롱이의 시선 2020.01.10 18
397 된서리 2020.01.22 18
이전 1 ... 30 31 32 33 34 35 36 37 38 39...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