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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오이꽃 (두번째)

송정희2017.05.09 07:21조회 수 23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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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이꽃 (두번째)

 

몇일 전 토네이도가 내집 근처를 비껴가던 날

나 죽을까봐 아무생각도 안났었어요

나의 고양이 에보니도 저 죽을까봐 종일 어디 숨었다가

늦은 밤 내가 오니 그제서야 밥을 먹더라구요

 

그래도 비가 밤새 내리고

아침에서야 또 번뜩 깨어 오이꽃을 보러 나갔죠

큰 나무도 휘휘 흔들렸는데

나의 철봉선수 오이는 넝쿨로 원통지지대를 몇십번 감고

이젠 그 다음 위치의 철사쪽으로

바람에 흔들리며 더듬이같은 넝쿨을 뻗고 있네요

 

그 엄청난 생명력에 그만 입이 벌어졌죠

사랑때문에 돈떄문에 건강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람도 많은데

시속 60마일의 강풍을 원통지지대 속에서 견디어낸

나의 오이꽃 그리고 새끼손가락만 해진 오이들

세어보니 일곱개네요

 

마구마구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진심으로

무한사랑 칭찬에 시들어진 오이꽃도 웃는것 같고

피려하는 오이꽃도 별모양의 입으로 웃는듯 해요

 

옆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붉은 장미에게도

너도 잘했다 해주고 집안으로 들어옵니다

문득 나는 오이모종만큼도 못하지 않나 돌아봅니다

오늘도 이렇게 오이꽃에게 한수 배우며 날 다독입니다

오이를 이겨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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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 또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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