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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집근처의 토네이도

송정희2017.05.05 07:24조회 수 17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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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근처의 토네이도 (수필)

 

파트타임 일하는 곳에서 밤 아홉시 일을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장대같은 비가 내리고 있었다.

카풀을 하기 때문에 조수석에 앉았지만 시야가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빗속이었다.  I-85 사고지점인 Exit 86 근처를 우회하는 길로 지나 막히는 차량속에 우리도 서행을 하며, 부처님오신날 연등행사 행렬같은 불빛들은 길위에 빛물에 반사되어 더 붉다.

이내 다시 I-85 로 합류해 집으로 오는 길에 휴대용 전화기로 들어오는 응급메시지.

토네이도 경고. 스톤마운틴 근처에 와있는 토네이도가 둘르스와 스와니에도 접근할것이다라고.

정확한 시간까지 알려준다. 10:15 오후.

그 경고를 받은 시간이 09:50 오후

곧바로 아이들로부터 들어오는 메시지들. 그리고 아들의 전화.

"엄마, 집에 가셔서 토네이도가 오면 욕조바닥에 누우래." 그게 안전한 모양이다.

시속60 마일의 바람.키큰 나무들이 흔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정말 둘르스 근처쯤 오니까 앞이 안보인다. 운전하기도 힘들 정도로.

차앞유치창 닦개를 가장 빠르게 해도 이내 시야가 흐릿해진다.

게다가 천둥과 번개까지. 슬슬 엄습해오는 두려움. 죽음의 공포일까?

어느새 내가 아이들을 걱정해하고 주의를 주던 세월이 지나 이젠 아이들이 노심초사 내 걱정이다.

각자 일터와 학교를 따라 뚝뚝 떨어져 살다보니 휴대용 전화기가 효자다.

퇴근 무렵 대형 쿨러의 문에 끼였던 오른쪽 손목의 통증이 이젠 놀래서 그마져 느끼질 못할 정도.

겨우 집에 도착. 10:10오후. 혼자 집을 지키던 에보니가 외마디 신음을 낸다. 날보더니.

놈도 적쟎이 무서웠던 모양이다. 그래 그래 놀랐지? 이제 괜챦을거야.

벽에 걸린 시계를 보니 경고받은 시간 10:15를 지나 20분으로 가고있는 분침.

토네이도가 비껴 갔는지 거실밖 골마루에 떨어지는 빗줄기가 좀 약해지는 소리다.

다른 곳에도 피해가 없어야 할텐데...

조금 안심이 되고 욕조 바닥에 안 누워도 될것같은 안도감과 동시에 시작되는 오른 팔목의 통증.

에효.... 그래도 토네이도보다 낫지, 팔목의 통증이...

이제 샤워하고 쉬어야겠다. 종일 서있느라 피곤한 몸과,집으로 오는 내내 졸였던 마음도 따끈한 샤워물로 날려보자. 오늘 하루도 행복했었다고 일기에 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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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달기

댓글 1
  • 세상이 넓다보니

    곳곳에서 끊임없이 다사다난하네요.

    아들이 소년일 때. 웨더 채널에서 토네이도 뉴스를 보다가

    우리도 지하실 있는 집으로 이사가자고 하던 말이 생각나네요.


    이제는 그 아이가 건장한 청년이되고 ,애비는 눈가도 짓무르고

    생각도 흐지부지한 초로가 되었네요.


    섬세한 글이

    내 감성을 주루르고 가네요 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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