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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쉽지 않은 도전

송정희2017.05.02 07:18조회 수 25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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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지 않은 도전 (수필)

 

사년전쯤 어느 작은 개척교회에서 바이얼린 그룹렛슨을 했었지요. 세명의 중고등학생을 지도하고 교회행사떈 찬송가나 복음성가도 가르쳤습니다. 그렇게 일년을 지났을 즈음 목사사모님이 본인 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해도 되겠냐고 조심스럽게 물어보셨어요. 결코 젊지 않은 나이셨기에.

모든 개척교회들의 힘든점중의 하나. 피아노 반주자 구하기 힘든것.

일이년이면 되겠냐고 물으시길래 한번 해보시자고 회유했죠.

저는 그분의 꿈과 희망에 친구가 되고 싶었습니다. 그분의 용기에 나도 힘입어.

자녀분들이 사용하던 기본책들로 시작했죠. 일주일에 한번씩.

사모님은 일주일에 사일 파트타임으로 세탁소에서 레지스터를 맡아 일을 하셨고 나머지 삼일도 교회일 집안일로 무척 바쁘신 분인걸 알고 있었거든요,

피아노를 시작하기엔 이미 뻣뻣해진 손가락과 노안까지 와버린 시력. 봄가을에 몸살같은 알레르기때문에 한번 시작되면 계속되는 재채기.

순전히 그분의 인내와 노력으로 삼년을 함께 왔습니다. 물론 급한 상황이면 렛슨을 부득이 못받는 경우도 있었지만요.

기초를 탄탄히 하자가 저의 음악지도의 모토.

바이엘, 하논, 체르니, 반주법, 복음성가, 찬송가 그런 단계를 밟으며 사모님은 매우 천천히 진보하시는 중입니다. 빠르지 않고 익숙한 곡은 제법 잘 치시는데 성악을 전공하려고 하셨던 목사님의 수준엔 늘 미치지못해 데뷔가 두려우신거죠.

올해안으로 반드시 데뷔하신다고 약속하셨습니다. 예배시간에 반주를 하시는거죠.

후회를 잘 안하신다는 그분의 유일한 후회. 왜 진작 시작하지 못했을까.

음악을 시작하니까 하루가 너무 짧고 할것이 너무 많더래요. 그분의 버킷리스트에 저의 이름도 적어 두셨답니다. 그분의 꿈에 저의 꿈도 붙들어 매 놓았지요.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을 그냥 도전으로 끝내지 않고 그 도전의 목표를 향해 때론 걷다가 때론 뛰다가 또 때론 주저앉아 울기도 했을 나의 학생 사모님.

참 장하십니다, 훌륭하세요.

저를 믿고 따라오셔서요,그렇게 또 교인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세요.

할 수 있다는걸 몸소 보여주시고 하면 된다는 걸 실천해주시면서요.

이제  어른이 된 큰딸과 두 아들이 당신같은 어머니가 얼마나 자랑스럽겠어요.

피아노 앞에서 당신이 치고 싶었던 음악을 맘껏 치고있는 모습을 목사님은 또 얼마나 사랑스러우시겠어요.

잘 참아내셨습니다. 아직도 우린 배울게 많지만요.

나이 오십에 뭔가를 시작하는 것은 누구나에게 도전입니다.

저는 감히 권해 봅니다. 쉽지 않은 도전을 한번 쯤 해보시기를요. 그것이 무엇이 되었든지요.

알프레도 디 수자의 시가 떠오르네요.

 

사랑하라 한번도 상처받지 않은것처럼

춤추라 아무도 보고있지 않은것처럼

노래하라 아무도 듣고있지 않은것처럼

일하라 내겐 돈이 필요치 않은것처럼

살아라 오늘이 사랑할 수 있는 내 생애의 마지막날 인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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