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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어린 시절 빨랫터

송정희2017.04.28 06:54조회 수 12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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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빨랫터

 

아침일찍 일어나

어제 일할때 입었던 옷을 손으로 빱니다

아주 어렷을적 냇가에서 빨래하던

생각이 나네요

 

넓은 스테인레스 대야에

마루를 훔친 걸레와 잿물이 섞인 누런 비누

빨랫방망이를 위에 얹어 냇가로 갔지요

주로 저녁에 갔던것 같아요

 

이미 좋은 빨랫터는 다 차지해졌고

쬐끄만 난 엉덩이만 겨우 닿을

조그만 돌판에 앉죠

먼저 걸레를 물에 담가 조금 불린 후

먼저 담근것부터 꺼내 비누칠을 했어요

 

왼손으로 걸레 끝을 잡고

오른손으로 걸레를 돌바닥에 힘있게

위아래로 치대며 거품을 내면

어느새 걸레가 뽀얘지는 걸 볼 수 있었죠

흐르는 물에 헹군 뒤 방망이로 팡팡 두드리면

어린 마음에 무슨 한이 있었겠냐만

왠지 속에 있는것들이 시원히 씻겨나가는 느낌

 

그렇게 재미삼아 냇가에서 빨래를 했어요

어쩌다 따라 나온 동생들과 물에서 장난까지 하다보면

밤이 되는 것도 몰랐었죠

동생들이 한달음에 집으로 달려가면

그제서야 주섬주섬 대야에 빨랫감을 챙기죠

 

흐르는 물에 비쳐보이는 차가운 달빛과

얼룩덜룩한 구름은

그땐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요

놀란 가슴에 뛰다 미끄러운 돌에 걸려 넘어져

울면서 집으로 왔었죠

 

불혹을 넘긴 나는

가끔 그 밤하늘을 봅니다

그 어린 내게 두려움을 주던

그 달빛과 구름을

난 이제 꾸짖을 수도 있어요

왜 그랬었냐고 엄청 무서웠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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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리석음이여 어릴적 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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