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도시락

송정희2017.04.27 06:30조회 수 23댓글 1

    • 글자 크기

도시락

 

희정아빠

오늘은 목요일 파트타임 일하러가는 날이예요

아침일찍 도시락을 쌉니다

전에 당신 도시락 쌀 때 처럼요

유독 한국음식을 고집했던 당신

 

정원에 제법 자란 들깻잎을 솎아

살짝 데쳐 간장에 볶고

검은콩은 밤새 불려 콩자반을 만들어

통깨를 위에 살살 뿌리지요

 

김치볶음과 두부조림 각종 야채볶음을 좋아했던 당신

그래서 아이들도 그런 음식을 좋아해요

호박과 깻잎장아찌를 좋아하는 지은이

가지나물과 두부를 좋아하는 주환이

당신 식성과 똑같은 희정이

 

지금은 나를 위해 장을 보고 요리를 하죠

당신 도시락 쌀 때 만큼의 정성은 들어가지 않네요

정말이예요 하하하

더 맛있게 싸는거 다 아신다구요

하하하

 

그래요 오늘도 애쓸 나를 위해

맛있게 도시락을 싸고 있네요

주유소에서 내 차에 주유통을 채우듯

오늘 하루 있을 내가 모르는 일들 속에서

당신 대신 내가 오늘도 사는 이유를

또 찾으며 잘 살께요

오늘도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댓글 1
  •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란....

    그렇다고 '덜 사랑할 걸 그랬나' 하는 후회는 어리석은 거겠죠?

    사랑 이별 삶 모두 그날까지 가져가야 할 업보이자 과제같아요.


    지금 주위에 있는 자들을 안아주고 보듬고 가야할 이유를

    일깨워주는 작품입니다.


    만난 적 없는 지은 주환 희정이가 살갑고 애뜻하게 느껴지는 것도

    예술의 기적이라 믿습니다.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896 노동자날의 놀이터 2019.09.03 22
895 살다보니1 2019.09.02 18
894 새 화분들 2019.09.02 12
893 안녕 구월 2019.09.01 15
892 아침산책 2019.09.01 12
891 여름의 끝자락에서 2019.08.31 22
890 사돈이 왔다 2019.08.30 19
889 여름이 갈때 2019.08.30 11
888 인생 2019.08.30 9
887 오늘의 소확행(8월29일) 2019.08.30 10
886 화분의 위치를 바꾸는 아침 2019.08.29 12
885 비내리는 밤에1 2019.08.27 34
884 밤비와 나 2019.08.26 17
883 닷새 남은 팔월 2019.08.25 17
882 나무숲 바다 2019.08.25 17
881 아침산책 2019.08.25 10
880 랭보와 베를렌 2019.08.24 45
879 감동입니다 2019.08.23 13
878 숨바꼭질 2019.08.23 13
877 살아온 이유 2019.08.22 16
이전 1 ... 6 7 8 9 10 11 12 13 14 15...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