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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뒷뜰의 뽕나무

송정희2017.04.04 20:54조회 수 20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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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뜰의 뽕나무(수필)

 

3년전 이 작은집으로 이사를 오며 전에 살던집뒷뜰에서 내 팔뚝보다 작은 뽕나무 두그루를 캐왔다. 유난히 새들이 많았던집이라 새똥에서 오디씨가 자라 저절로 자란 나무였다.

당시 어머니가 와계셔서 내 의사와 상관없이 어머니가 캐오셨었다.

어디가 좋을까 자리까지 골라 어머니가 삽질하신 후 직접 심기까지 하셨던 뽕나무 두그루.

그 옆엔 내가 배나무도 사다 심어서 지금은 정중앙에 나란히 유실수 세그루가 나의 뒷뜰을 지키고있다.

배나무는 제법 큰 묘목을 사다 심어 지금은 내키의 한배 반이나 되었지만 두그루의 뽕나무는 여전히 작다.

겨울이 지나 가지가지에 촘촘히 파란 싹이 나는걸 보며 난 가슴이 설레였다.

내가 집주인 노릇을 제대로 못해 잔디보다 잡초가 더 많았던 나의 뒷뜰.

여름내내 개스도 전기의 힘도 아닌 나의 힘으로 풀깍는 기계를 밀어야했다.

처음엔 운동삼아 하겠다고 아들놈에게 싼것으로 사달라고 했던게 화근.

난 기계를 밀때마다 나의 미련함에 분통이 터졌었다.

그렇게 삼년을 고생해서, 올 봄부터는 미리미리 잡초관리에 매진.

전문업체에 의뢰해서 잡초제거제를 한달마다 뿌리기 시작했다.

잡초들은 오징어가 불에 구워지듯 꼬불꼬불 타들어가고 근처의 멀쩡한 나무와 꽃들도 영향을 받아 시름시름해졌다.

파릇파릇했던 뽕나무의 잎이 모두 타버리듯 말라버리고 말았다.

그래서 내가 집에 있는날 약을 쳐달라고 다시 부탁을 해서 그후로는 나의 감독하에 약을 뿌려 한달만에 뽕나무잎들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뽕나무의 연한 잎이 성인병에 좋다해서 조그만 바구니를 들고 뒷뜰로 나갔다.

나물로 데쳐 먹을 셈으로.

오마나.....

작은 잎들 사이사이에 꽃이 피려고 작은 솜방망이같은 것들이 조랑조랑 달려있는것이 아닌가...

그것이 꽃이 피고 또 지면 오디가 열릴텐데.

순간 또 미련하고 욕심많은 내가 원망스러웠다. 그리고 작은 뽕나무들에게 미안했다.

아직 어린 나무인데.

난 뽕잎대신 오디를 먹을 수 있게 된것이다. 올 여름엔.

고맙다. 나의 뽕나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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