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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레몬씨

송정희2017.03.21 07:33조회 수 13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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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몬씨(수필)

 

또 정보의 바다에서 레몬씨 발아시키는 방법을 찾아냈다.

사진까지 나와있어 따라하기에 큰 무리가 없이 재밌었다.

실한 레몬씨를 7개 추출했다.한개의 레몬에서.

미끌미끌한 껍질을 설겆이 수세미로 박박 닦고 잠깐 물기를 뺀 뒤 한거풀 껍질을 벗겨야 한단다.

난 평생 손톱을 예쁘게 길러본 적이 없다. 피아노 치기에도 부적합하고 현악기를 연주하는데도 불편했기 때문에. 그래서 긴 손톱에 예쁜 색의 에나멜칠을 해보는것이 내 로망중의 하나이다.

그 짧은 손톱으로 그 조그만 레몬씨 껍질을 벗기려니 저절로 이를 악물게되었다.

그런 내 모습이 스스로도 얼마나 우스웠던지...

한참만에 7개의 레몬씨 옷벗기기 성공.

물을 흠뻑 적신 키친타올 사이에 7개의 씨를 심듯이 넣고 지퍼백에 밀봉.

햇볕이 잘드는 화분 진열대 맨위에 놓고 종모양의 마른 레몬껍질로 떼를 입히듯 쌓았다.

달력에 표시해두고 2주를 기다렸다.한번 열어볼까 궁금했지만 참으면서.

인터넷 블로그에서 알려준대로 2주가 지나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개봉.

어떤 놈은 뿌리가 자라고 어떤 두놈은 감감 무소식.

이삼일을 기다려보기로 하고 다시 밀봉을 했다. 그래도 기뻣던것은 경험자의 지시를 내가 잘 지켰다는것이었다.

3일후 다시 열어보니 기적처럼 7개의 씨에서 뿌리가 나와있었다.

일단은 작은컵같은 화분에 흙을 담고 싹같은 뿌리가 밑으로 가게 얕게 심으라고했다.

갓난아이 다루듯, 혹시 뿌리가 다칠까봐 벌벌 떨며 축축한 흙속에 하나씩 하나씩 심었다.

예쁜 화분밭침위에 하나씩 화분을 놓아 햇살이 늘 머무는 창가에 놓는다.

이렇게 2주정도 기다리면 기다리면 땅에 뿌리를 내리는데 그 후에 조금 큰 화분으로 옮겨 심으면 끝.

문제는 그 과정에서 뿌리가 썩는게 많다는 점.

갓난아이도 한번씩 아프면서 성장한다. 이 갓난아이같은 레몬씨들도 나름 성장의 고통을 겪게 될 것이다. 난  그 녀석들이  그 고통을 이겨내고 흙위에 우뚝 서기를 기도할뿐.

내가 이 방법을 완전히 습득하게 된다면 그 흔한 레몬씨를 가능한 많이 살려서 지인들에게 선물해주고 싶다. 이 해가 가기전에.

힘내요 수퍼 레몬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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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 놀랍네요.

    줄리아님의 모험심 혹은 창의력 탐구심도 박수감이구요.


    과정이 조마조마하고 경이로울 듯해요.

    아기 레몬트리 성장과정 업데이트도 기대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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