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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정아할머니의 딸

송정희2017.02.17 09:57조회 수 14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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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아 할머니의 딸

 

희숙이 언니는 정아할머니의 딸 정아아빠의 여동생이다.정아할머닌 이렇게 두 남매와 며느리와 두 손녀와 한집에 살고 계섰었다. 정아할머니를 닮아 피부가 희고 예뻤던 희숙이언니.

내가 초등학교때 언니가 고등학생이었고 그 언닌 세상에서 제일 예쁜 여자였다 내겐.

넓은 흰 카라가 달린 감청색 교복을 입은 언니가 교복색깔의 학교 가방을 들고 동네를 지나가면 그 주위가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TV 는 동네 만화가게와 정아네집에서만 볼 수 있던 라디오시대.

그래서 예쁜 배우나 탈렌트와 비교할 수 없었던 시대.

아직 사춘기전이었던 나는 언니가 웃는 모습을 보면 괜히 가슴이 울렁댔다.

어느날 언니가 손짓으로 날 불러 언니방으로 들어오게했다. 첨 들어가보는 희숙이언니방은 공주님방 같았다.난 두 남동생과 함께 방을 썼던 터라 내방을 따로 갖는게 소원이었던 때.

작고 예쁜 인형들과 하늘거리는 커튼. 가지런히 꽃힌 책상위의 책들, 향수냄새같은 비누향기. 그 당시엔 무척 귀한 파커 만년필이 책상위에 있던 풍경.

언니는 큰사탕을 몇알 손에 쥐어주며 심부름을 해달라고했다.

난생 처음 해보는 연애편지 전달꾼. 빈 종이위에 이리저리 길모양을 그려가며 내가 찾아가야할 미로같은 골목들을 설명하던 희숙이언니. 난 무조건 해야만했다.그래야 이 언니방에 또 들어올 수 이쓴 특혜가 생길테니까...

한쪽볼이 불룩하게 사탕을 물고 나는편지를 전달하러 나섰다.골목에서 동내에들이 놀자고 해도 대꾸도 안하고 지나쳐가며 언니가 말해준곳을 찾아 첨 가보는 골목골목을 좌우로 살피며 걸었다.

사탕들이 다 녹아 없어질 무렵 희숙언니의 남자가 사는 집 발견.

철대문 오른쪽 위쪽의 편지함에 봉투를 쏙 집어넣는게 나의 임무.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친것까지는 좋았는데 돌아나오는길을 잃어버렸다.

날도 어두워지려 하는데 사탕의 단맛도 이제 다 사라지고 집에가면 혼날 생각만 머리속에 가득했다.이리저리 기웃대다 자전거를 타신 아저씨가 왜 그러냐고 물으시길래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이름을 대고 그 아저씨의 자전게에 실려 겨우 집으로...

날 찾으로 동네를 다 뒤지신 할머니가 어딜 갔었냐고 물으셔도 난 입을 열지 않았다.

희숙이언니가 말하지 말라해서.

희숙이언닌 나의 우상이요 내가 닮고싶은 롤모델이었다.

그 뒤로도 몇변 편지를 더 전달했고 언닌 점점 더 많은 보상을 내게했었다.

정아할머니가 집을 나가신 뒤 언니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우린 더 이상 만나지못하게 되었다.

우리집도 다른 동네로 이사를 하며 그 오래 살던곳을 떠나고 나도 중학생이 되었다.

어느날 친구와 시내서점에서 책을 고르는데 "정희 아니니?" 익숙한 목소리가 등뒤에서 들리는게 아닌가. 깜짝 놀래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짙은 화장과 야한 옷차림.고등학생의 희숙이 언니가 아니었다.

화장기 없어도 천사같이 예뻣던 언니. 손톱에 메니큐어가 없어도 길고 희었던 손.

단발머리 찰랑이며 덧니와 보조개가 예뻣던 그 언니가 아니었다.

꼭 한번 다시 보고싶었던 환상이 무너지며 괜히 눈물이 나려했었다.

지금은 또 어떻게 변했을까 보고싶어지는 이른 봄의 아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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