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백석 시 ‘흰 바람벽이 있어’ 바구지꽃의 정체는? [김민철의 꽃이야기]

관리자2024.02.21 00:51조회 수 23댓글 0

    • 글자 크기

 

 

https://www.chosun.com/culture-life/culture_general/2024/02/20/VZA2Y3Q53NHXZAVBVYN4OA7IXY/

 

이글의 원문을 읽으시려면 위의 링크를 클릭하셔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흰 바람벽이 있어

 

-백석-

 

오늘 저녁 이 좁다란 방의 흰 바람벽에

어쩐지 쓸쓸한 것만이 오고 간다

이 흰 바람벽에

희미한 십오촉 전등이 지치운 불빛을 내어던지고

때글은 다 낡은 무명샤쯔가 어두운 그림자를 쉬이고

그리고 또 달디단 따끈한 감주나 한잔 먹고 싶다고 생각하는 내 가지가지 외로운 생각이 헤매인다.

그런데 이것은 또 어언 일인가

이 흰 바람벽에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있다

내 가난한 늙은 어머니가

이렇게 시퍼러둥둥하니 추운 날인데

차디찬 물에 손은 담그고 무이며 배추를 씻고 있다

또 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

내 사랑하는 어여쁜 사람이

어늬 먼 앞대 조용한 개포가의 나즈막한 집에서

그의 지아비와 마조 앉어 대구국을 끓여 놓고 저녁을 먹는다

벌써 어린것도 생겨서 옆에 끼고 저녁을 먹는다

그런데 또 이즈막하야 어늬 사이엔가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굴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살어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어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그리고 이번에는 나를 위로하는 듯이 나를 울력하는 듯이

눈질을 하며 주먹질을 하며 이런 글자들이 지나간다

----하늘이 이 세상을 내일 적에

그가 가장 귀해하고 사랑하는 것들은 모두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쓸하니 그리고 언제나 넘치는 사랑과 슬픔 속에 살도록 만드신 것이다

초생달과 바구지꽃과 짝새와 당나귀가 그러하듯이

그리고 또 프랑시쓰 잼과 도연명과 라이넬 마리아 릴케가 그러하듯이

 

 

2024년 2월 20일 화요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77 세월아 - 피천득 관리자 2023.12.06 16
476 밥풀 - 이 기인- 관리자 2023.12.17 16
475 첫 눈 - 이승하 관리자 2023.12.17 16
474 가을 무덤 祭亡妹歌(제망매가) - 기 형도- 관리자 2024.01.02 16
473 비오는 날의 기도 - 양광모- 송원 2024.01.09 16
472 2024 경상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시 - 솟아오른 지하 황주현 관리자 2024.01.11 16
471 칼 국수 - 김 종재 - 관리자 2024.01.12 16
470 한국어로 말하니 영어로 바로 통역… 외국인과 통화 벽 사라져 관리자 2024.01.20 16
469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4] 사랑 관리자 2024.01.22 16
468 언젠가는- 만해 한용운- 관리자 2024.01.26 16
467 [문태준의 가슴이 따뜻해지는 詩] [5] 매화를 찾아서 관리자 2024.01.29 16
466 노후찬가(老後讚歌) 관리자 2024.01.29 16
465 나를 좋아하기 연습 관리자 2024.01.31 16
464 어머님 생각 - 신사임당- 관리자 2024.02.08 16
463 그대를 처음 본 순간 - 칼릴지브란- 관리자 2024.02.12 16
462 함께라서 행복하다 - 이 강흥- 관리자 2024.02.13 16
461 마음에 사랑이 넘치면 - 이 해인- 관리자 2024.02.21 16
460 4월에는 목필균 관리자 2024.04.02 16
459 [축시} 경사 났네유 - 권요한 관리자 2024.04.04 16
458 [축시] 촛불잔치 -박달 강희종- 관리자 2024.04.04 16
이전 1 ... 7 8 9 10 11 12 13 14 15 16... 3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