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년 들어 가계부정리를 게을리 하며 며칠씩 밀어 놓는다.
세일 수 없는 긴 세월을 기록했던 습관인데 내가 점점 변해가고 있는것이다. 가계부랄 것도 없이 입출금이 간단하여 적을 것이 없어서도 그렇고 게을러서도 그렇고 점점 예전에 내가 없어져간다.
저녁에 가계부를 정리하려해도 낮에 무엇을 샀는지 도통 생각이 나지 않을 때도있다.
늙으면 이렇게 된다고 후배들에게 알려주고 싶은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서글프다. 늙어보지 못했으니 이렇게 되리라고는 미처 생각 못하고 살았다.
4월말로 가계부를 졸업하려한다. 20대부터 썼던 가계부는 한국에 두고 오고 미국 와서 2005년 가을 부터 기록한 것이 열권이 넘는다.
신혼때는 목적도 없이 얌전한 주부행세로 적기 시작한것이 평생을 적으며 살았다. 금전출납 옆 칸은 그날의 일기를 적어 놓곤했다.
이달부턴 가계부를 버린다. 허전하고 나를 잃어버리는것 같을것이다. 평생의 습관도 끊으려는 나는 다른 사람이 되어간다.
한두 가지씩 버리며 살고 있는 요즈음이다.
최소한의 것만 갖고 살아야겠는데 아직도 갖고 있는 것이 너무 많고 나누어주지도 못하고 살고 있다.
아직 더 필요한 것들도 있으니 이 욕심을 어찌하나? 아, 나이가 부끄럽다.
며칠 전에는 갑자기 어지러워 잠간 정신을 잃었다.
그러나 병원에선 검진 결과 모두 정상이며 건강하다고 말한다.
어지럼도 나이 들어 생기는 현상일 것이다. 때 마춰 잘 먹으란다.
혼자되고부터 밥 먹는 것이 고역이고 입맛이 없긴 하였다.
다만 비타민 D가 부족이라고 한다.
D가 부족하면 우울증이 온다고 하며 잠깐씩 햇볕을 쪼이라면서 ...
어쩐지 슬픈 음악만 듣고 싶고 점점 웃을 일이 없어지는 것 같다.
온종일 밖에 안 나가고 집안에만 있어 그런 증세가 생긴 것인가.. ?
미네소타에 살고 있는 절친이 내얘기를 듣고 어서 다녀가라고 성화다. 그 친구를 만나면 얼마나 떠들고 얼마나 깔깔 대는지 어서가고 싶어진다.
나의 취미생활은 매주 합창연습도 저녁이고 매월 문학회도 저녁모임이다. 낮에 잠간씩 밖에 나가야할 취미생활은 무엇일가?
얼굴을 싸매고 잠간씩 햇빛에 나가 책을 읽어야겠다.
책상위엔 아직 읽지 못한 책이 수북하다.
햇빛 좋은 아틀란타에서 비타민 D가 부족하다는 것은 나의 게으름 때문이다. 평생 썼던 가계부를 접으며 이제 아내도 어머니도 아닌 할머니로서 하나씩 하던 일을 졸업을 한다.
섭섭함의 반대급부로 햇빛과 친해야겠다. 내게 우울증은 없다. 단순하게 살며 우울증을 날려버리겠다. 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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