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송정희
- 비올라 연주자
- 애틀랜타 문학회 회원

산행 (2)

Jenny2016.10.20 09:03조회 수 11댓글 0

    • 글자 크기

산행 (2) / 송정희

 

흰 색 표식을 따라 걷는다

오늘은 아무도 못 만났다

어깨와 옆구리의 상처가 오늘은 더 쓰리다

신발 속으로 자꾸 흙이 들어간다

 

작은 날파리들이 눈앞에서 이리저리 춤을 춘다

쫓아도 계속 따라온다

잠시만 손을 내젓지 않으면 눈 안으로 금새 들어온다

저 죽을 줄 모르고

 

지도를 보니 이제 가파른 산을 올라야한다

지난 폭우에 큰 나무가 뿌리채 뽑혀 길이 끊겼다

이리저리 찾아보아도 길이 없다

별 수 없이 뿌리가 뽑혀 만들어진 구덩이로

폴을 꾹꾹 눌러가며 내려간다

 

내 키만큼의 구덩이

애써 허둥대지 않고 걷지만

물기를 먹은 흙들이 나를 놀린다

한참만에 혼자서 다시 산길을 만났다

길이 이렇게 반갑기는 처음이다

 

흰색 표식을 따라 걷는다

오늘은 11마일의 여정이다

하늘을 올려보며 기도한다

오늘밤은 제발 고막이 먹먹할 만한 야행성 동물과 곤충의 합창을

혼자 듣게 하지 말아달라고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날짜 조회 수
1056 부정맥 (10) 2016.10.27 8
1055 나의 정원 (2) 2016.10.27 8
1054 비빔국수 2016.10.27 8
1053 나의 정원 (3) 2016.10.27 8
1052 보경이네 (7) 2016.10.27 8
1051 산행 (19) 2016.11.01 8
1050 5(FIVE) 2018.02.26 8
1049 오이씨 2018.02.28 8
1048 알렉스를 추억하다(4) 2018.05.07 8
1047 아침운동 2018.05.15 8
1046 핏줄 2018.05.21 8
1045 오늘의 소(소 하지만) 확(실한) 행(복) 2018.05.21 8
1044 2018.05.22 8
1043 유월이 가네요 2018.06.25 8
1042 아침청소 2018.07.07 8
1041 아침바람의 볼키스 2018.07.09 8
1040 첫용돈 2018.07.09 8
1039 어둠이 내리면 2018.07.19 8
1038 뜨거웠던 나에게 2018.07.20 8
1037 수영복 패션 모델 마라마틴 2018.07.22 8
이전 1 2 3 4 5 6 7 8 9 10... 55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