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을 밥상
석정헌
나지막한 뭉게구름은
가을바람 무릎아래 유순한데
가로에는 백일홍 붉은 우주를 이루고
늙은 담쟁이 붉게 물들어 가지만
나는 푸념처럼 투덜 거린다
이 가을에 먹고 싶다고
가지,
감자 깍둑 썰고
다듬어 썰어둔 마늘쫑
풋고추 밀가루 살짝 묻혀
뜸들이는 밥위에 쪄 간장에 무치고
지리멸치는 마늘간장에 풋고추 쏭쏭썰어
참기름 한방울에 조물락 섞어 놓고
미역귀,
밀가루 묻혀 쩌서 말린 자잔한 풋고추
봄에 장만해둔 가죽잎 자반
기름에 살짝 튀기고
아주 작은 호박 달린 줄기 껍질 벗기고
여린 호박잎 맑은물에 바락바락 문질러
푸른물을 빼고
받아놓은 진한 쌀뜨물에
된장 약간 풀고 들깨가루 듬뿍넣어
간장으로 간을 맞추워
부글부글 뜨겁게 끓인국
작은 법성포 영광굴비 한마리
하얀 쌀밥에 잘익은 김치
숟가락 손에 든 오늘 아침
배꼽이 아리도록 늘어난 배
손에든 커피향 코끝을 간지럽히는
지긋이 눈감은 행복한 이 가을
한사나흘 파리만 날린들 어떠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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