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
석정헌
시작과 끝 어딘가에서
조금씩 불어오는 가을 바람
금빛 욕망은 점점 흐려지고
육신은 헛발질 한다
당겨진 거리보다 한결 가까워진
뭉개구름 한가로운 하늘은 푸르고
비릿한 내음에 깃든
어머니의 아늑한 가슴 같은 숲은
점점이 붉은 빛을 띠고
청설모 때이른 겨울 채비에 바쁘다
뜨거움에 뒤엉켜 어지럽던 대지는
멀어지는 태양에 평화를 되찾고
벌판을 가득 채운 무질서의 조화
크고 작은 수천개의 호박
Halloween 사탕 맛에 들뜬 아이들
엄마 향한 고함소리 정겹고
큰 호박 담은 외바퀴 수례를 미는 아버지
이마에 번지는 땀방울
그러나 계절은 어김없이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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