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푸른 오월/노천명

이한기2024.05.20 09:20조회 수 27추천 수 1댓글 0

    • 글자 크기

         

img.png 

       

              푸른 오월/노천명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우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우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구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기인 담을 끼고 외따른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순이 뻗어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혼잎나물

적갈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오월에 잘 어울리는

감각적인 작품이다.

특히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생동하는

오월의 푸르른 추억을

한폭씩 갖고 살아갈 것이다.

이 산 저산에서 뻐꾸기 울고,

가끔씩 장끼들의 울음소리

나른한 오수를 자극한다.

어디 그뿐인가? 

산비둘기 구구 소리, 향긋한

꽃가루에 묻어 오는 솔향기,

아카시아꽃 꿀냄새, 찔레꽃

아래 통실통실 여물어 가는

찔레순 상긋한 맛....

밤이면 귀가 따갑도록

울어대는

억머구리, 개구리 소리...

어린아이 눈망울빛 별들이

쏟아지져서 영혼을 맑게

하던 산천의 오월......

흑백 사진속의 그 오월은

오늘 보다 왜 더

찬란했을까?*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61 공空과 깨달음 이한기 2024.02.26 34
160 고(故) 김광림 시인 이한기 2024.06.11 26
159 경쟁(競爭)?, 교감(交感)? 이한기 2024.01.12 26
158 경기 후 손흥민 행동에 놀란 현지 팬...‘자격이 없네, PL이 그를 품을 자격’ 관리자 2024.03.13 12
157 겸손謙遜해야 할 이유 이한기 2024.02.27 34
156 결혼기념식結婚記念式 이한기 2024.02.08 24
155 겨울비 내리는 애틀랜타에서 김태형 관리자 2024.04.08 8
154 겨울 안개 - 안길선 - 이한기 2024.01.06 57
153 검(劍)의 정신(精神) 이한기 2023.11.22 70
152 걸림돌 - 공 광규- 관리자 2024.01.12 20
151 건강하게 사는 법 관리자 2024.05.17 12
150 거리에 소리 없이 비 내리네 - 아르띄르 랭보- 관리자 2024.01.09 20
149 개여울 - 김 소월 관리자 2024.01.11 19
148 개똥쑥 혹은 익모초의 효능 관리자 2024.07.14 6
147 강설江雪/유종원柳宗元 이한기 2024.01.26 40
146 갑진년 서두 시-희망에는 신의 물방울이 들어있다, 문의 마을에 가서, 여름 가고 여름 관리자 2024.01.14 13
145 감정(感情) 관리자 2024.05.02 16
144 감상문感想文 이한기 2024.03.24 76
143 간조 - 민구 시인- [책&생각] 세밑, 마흔살 시인의 이토록 투명한 청승 관리자 2023.12.22 20
142 가지 않은 길 - 프로스트- 관리자 2024.02.29 25
이전 1 ...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36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