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느 노老교수의 이야기

이한기2024.04.12 10:43조회 수 24댓글 0

    • 글자 크기

 

img.png

 

   어느 노老교수의

이야기 

 

아래 글은 십여 년 전

부인과 사별하고

서울에 살고 있는

연세대 수학박사로

안동교육대학,

단국대교수를 역임한

분의 글입니다.

 

친구 한 사람 잃고 나니,

남은 당신들께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소.

 

어제는 지나갔으니

그만이고, 내일은 올지

안 올지 모를 일,

 

부디 내일을 위해

오늘을 참고 아끼는

어리석은 짓이란 이젠

하지 말기오.

 

오늘도 금방 지나간다오.

돈도 마찬가지요.

 

은행에 저금한 돈,

심지어는 내 지갑에

든 돈도 쓰지 않으면

내 돈이 아니란 말이오.

 

그저 휴지 조각에

지나지 않는다오.

뭘 걱정 해?

 

지갑이란 비워야 한다오.

비워야 또 돈이

들어 오지.

차 있는 그릇에 무얼

담을 수 있겠소?

 

그릇이란 비워 있을 때

쓸모가 있는 것과

마찬가지라오.

 

뭘 또 더 참아야 하리까!

이젠 더 아낄 시간이

없다오.

 

먹고 싶은 거 있거들랑

가격표 보지 말고

걸들린듯이 사먹고,

 

가고 싶은데 있거들랑

원근 따지지 말고

바람난 것처럼 가고, 

사고 싶은 거 있거들랑

명품 하품 가릴 것 없이

당장 사시오.

 

앞으론 다시 그렇게

못한다오.

다시 할 시간이 없단

말이오.

 

그리고 만나고 싶은

사람 있거들랑 당장

전화로 불러내

국수라도 걸치면서,

하고 싶던 이야기

마음껏 하시오.

 

그 사람, 살아서 다시는

못 만날지 모른다오.

한 때는 밉고 원망스러울

때도 있었던

당신의 배우자, 친구,

 

그 사람 분명 언젠가 당신

곁을 떠날거요.

그렇지 않은 사람

이 세상에  한 사람도

없다오.

 

떠나고 나면 아차하고

후회하는 한 가지,

"사랑한다"는 말, 그 말

한마디 못한 거

그 가슴 저려내는 아픔,

당하지 않은 사람 절대

모를거요.

 

엎질러 진 물 어이 다시

담겠소?

지금 당장 양말

한 짝이라도 사서 손에

쥐어주고 고맙다

말하시오.

 

그 쉬운 그것도 다시는

못 하게 된다니까.

그리고 모든 것 수용하시오.

어떤 불평도 짜증도

다 받아 들이시오.

 

우주 만물이란 서로

다 다른 것,

그 사람인들 어찌 나하고

같으리까?

 

처음부터 달랐지만

그걸알고도 그렁저렁

지금까지

같이 산 거 아니오?

 

그동안 그만큼이나

같아졌으면 되었지!

뭘 또 더 이상 같아지란

말이오?

이젠 그대로 멋대로

두시오.

 

나는 내 그림자를

잃던 날!

내일부턴 지구도

돌지 않고 태양도 뜨지

않을 줄 알았다오.

 

그러기를 벌서 10년이

넘었지만 나는 매주

산소에 가서 그가 가장

좋아하던 커피 잔에

커피를 타 놓고

차디찬 돌에 입을 맞추고

돌아온다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겨우 이 짓밖에 없다오.

어리석다고, 부질없다고,

미친 짓이라고 욕해도 

난 어쩔 수 없다오.

제발 나같이 되지 마시오.

 

이것이 곧 당신들의

모습이니

"살아있을 때" 라는

공자도 못한

천하의 명언을

부디 실천하기 바라오.

 

지금 당장 넌지시

손이라도 잡고 뺨을

 비비면서 귓속말로

“고맙다”고 하시오.

 

안하던 짓 한다고

뿌리치거들랑

“허허”하고

너털웃음으로

크게 웃어 주시오.

 

이것이 당신들께

하고픈 나의 소박하고

간곡한 권고이니,

절대로 흘려듣지 말고

언제 끝나버릴지 모르는,

그러나 분명 끝나버릴

남은 세월 부디 즐겁게

사시구려!

 

    - 어느 노교수의 이야기 -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46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명시 100선 관리자 2024.02.11 20
345 착한 사람 이한기 2024.03.04 20
344 World-Okta Golf Tournament 관리자 2024.03.24 20
343 복福과 축복祝福 이한기 2024.04.01 20
342 권오석 씨, 조지아대한체육회장 연임 관리자 2024.04.18 20
341 천만매린(千萬買鄰) 관리자 2024.06.27 20
340 서로 사랑하십시오. 진정한 사랑은 이것 저것 재지 않습니다. 그저 줄 뿐입니다 관리자 2023.12.08 21
339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 이성복- 관리자 2024.01.02 21
338 [하이쿠}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이라는 걸 모르다니! 관리자 2024.01.08 21
337 여기있다 - 맹재범 : 한겨울 냉면집에서 시를 썼다···2024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들 관리자 2024.01.15 21
336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세계의 명시 100선 관리자 2024.02.11 21
335 한 평생 관리자 2024.02.13 21
334 *천국은 어디에 있나요? - Where is heaven?- 관리자 2024.03.03 21
333 시인의 소명의식[이준식의 한시 한 수 관리자 2024.03.10 21
332 휴스턴대한체육회에 왔습니다 관리자 2024.03.16 21
331 "다름" 과 "틀림 관리자 2024.03.22 21
330 봄꽃을 보니 - 김 시천- 관리자 2024.04.20 21
329 쑥스러운 봄 - 김병중- 관리자 2024.05.03 21
328 마치 연꽃처럼 이한기 2024.06.25 21
327 물(水)처럼 이한기 2024.06.29 21
이전 1 ...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33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