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저물녘/박정원

이한기2024.02.15 10:15조회 수 42추천 수 1댓글 0

    • 글자 크기

               

 

 

 저물녘

 

박정원

 

아름다워라, 상큼한 낙엽내음도 

수미산으로 퇴근하는 새소리도 

나를 에워싼 어둠마저도

다 품고 살면서 

괜찮은 척 모르는 척 지낼 순 없나

입을 잠시도 놔두지 않는 물비늘아

어디로 가는 줄도 모르고 가는 강물아

여전히 내 속을 베어가는 구나

기왕이면 품위 있게 깨져라 터져라 

멈추지 말고 뒤돌아보지 마라

강물은 강물답게 노을은 노을답게 

물속에서 산수화를 치다가 

서산 정수리에서부터

까맣게 메워오는 붓 한 자루

미안하다 

제대로 그리지 못해 더욱 눈부신

아름다움에게

울음을 울음답게 터치 못해

더욱 서글픈 슬픔에게

같은 허공 같은 세대에 태어나

갖은 풍파를 겪는 사람들에게

평등하다지만 평등하지 않은

인생에게 오지 않을 듯 갔다가 다시

오는 태양에게.

 

   

      *2023년 <한국작가회의>

                  연간 시집.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26 나상호 노인회장 94세로 별세1 관리자 2024.03.28 22
325 예禮 이한기 2024.02.23 22
324 시인의 향기 - 이 강흥- 송원 2024.02.13 22
323 삼천갑자 동방삭 이한기 2024.02.09 22
322 그 손 - 김 광규 송원 2023.12.19 22
321 비 오는 날 초당에서 낮잠 자면서 이한기 2024.07.08 21
320 물(水)처럼 이한기 2024.06.29 21
319 마치 연꽃처럼 이한기 2024.06.25 21
318 쑥스러운 봄 - 김병중- 관리자 2024.05.03 21
317 봄꽃을 보니 - 김 시천- 관리자 2024.04.20 21
316 "다름" 과 "틀림 관리자 2024.03.22 21
315 휴스턴대한체육회에 왔습니다 관리자 2024.03.16 21
314 시인의 소명의식[이준식의 한시 한 수 관리자 2024.03.10 21
313 *천국은 어디에 있나요? - Where is heaven?- 관리자 2024.03.03 21
312 한 평생 관리자 2024.02.13 21
311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세계의 명시 100선 관리자 2024.02.11 21
310 여기있다 - 맹재범 : 한겨울 냉면집에서 시를 썼다···2024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자들 관리자 2024.01.15 21
309 [하이쿠}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이라는 걸 모르다니! 관리자 2024.01.08 21
308 새들은 이곳에 집을 짓지 않는다 - 이성복- 관리자 2024.01.02 21
307 서로 사랑하십시오. 진정한 사랑은 이것 저것 재지 않습니다. 그저 줄 뿐입니다 관리자 2023.12.08 21
이전 1 ...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33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