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향수 - 정지용-

관리자2024.02.03 16:06조회 수 19댓글 0

    • 글자 크기

 

 

향수

 

-정 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뷔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벼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흙에서 자란 내 마음
파아란 하늘 빛이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려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줍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하늘에는 석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 리야.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25 Tennis Meeting 관리자 2024.07.14 1
624 트럼프 경호실 저격수팀이 있던곳과 범인이 있던곳 관리자 2024.07.14 1
623 귀천 천상병 관리자 2024.06.27 3
622 아침 이슬 (영혼의 물방울) 아해 김태형 관리자 2024.04.08 4
621 도덕경(道德經) 제81장 이한기 20 시간 전 4
620 개똥쑥 혹은 익모초의 효능 관리자 2024.07.14 4
619 진 달래꽃 - 김 소월- 관리자 2024.01.26 5
618 법정스님의 인생편지 "쉬어가는 삶" 관리자 2024.07.09 5
617 사랑이 눈 뜰때면 용혜원- 관리자 2024.07.14 5
616 [詩 한 편] 초행길 관리자 2024.03.13 6
615 아내가 지킨 수첩에서 46년 만에...박목월 미발표 시 166편 공개됐다 관리자 2024.03.13 6
614 ‘파도 파도 미담만’ 토트넘 캡틴 손흥민, 동료 부상에 불같이 화낸 이유는? 관리자 2024.03.14 6
613 춘분(春分 )입니다 관리자 2024.03.20 6
612 시인 나태주가 말하는 어른, “잘 마른 잎 태우면 고수운 냄새 나” 관리자 2024.04.09 6
611 세월아 피천득 관리자 2024.06.27 6
610 스승의 기도 - 도 종환 관리자 2024.07.10 6
609 [디카시]나목 - 정성태 관리자 2024.01.01 7
608 방송중학교 다니며 시집 펴낸 팔순 할머니 “황혼길 아름답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관리자 2024.01.10 7
607 [책&생각]나는 이제 달리지 않고 누워 있다 관리자 2024.04.08 7
606 ‘주주들 난리 났다’ 테슬라 최신 자율주행, 상상 초월 근황 관리자 2024.04.14 7
이전 1 2 3 4 5 6 7 8 9 10... 32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