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대회의 꽃인 축구시합에서
공보다 먼저 넘어지는 나는 어느 날부터 물주전자가 더 편했다.
모래에 닿아 덥혀진 햇빛은 비수로 내 이마에 닿았고
상이군인처럼 팔에 노란 주전자를 끼고 선수들에게 가는 길은 멀었고
내가 좋아하는 것을 아는 옆반 주근깨는
나보다 더 나를 부끄러워 하는 듯
시선을 나를 비켜 멀리 철봉 끝에 매달았다.
젖은 수건으로 머리를 동여맨 엄마의 시선만 안쓰러이
내 구멍난 운동화 끝은 따라왔고
시합에서 이긴 아이들의 승전가는
이미자 노래처럼 슬프게 귓가를 멤돌았다
성긴 털이 난 짧은 내 다리는
혼자 남은 축구공만 툭툭 건드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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