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 게시판에는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지만 다른 사람의 비방이나 험담은 자제 해주시기 바랍니다

푸른 오월/노천명

이한기2024.05.20 09:20조회 수 20추천 수 1댓글 0

    • 글자 크기

         

img.png 

       

              푸른 오월/노천명                  

 

청자빛 하늘이 육모정 탑

우에 그린 듯이 곱고

 

연못 창포잎에 여인네

맵시 우에

감미로운 첫여름이 흐른다

 

라일락숲에

내 젊은 꿈이 나비처럼

앉는 정오

 

계절의 여왕 오월의 푸른

여신 앞에

내가 웬일로 무색하구

외롭구나

 

밀물처럼 가슴속으로

몰려드는

향수를 어찌하는 수 없어

눈은 먼 데 하늘을 본다

 

기인 담을 끼고 외따른

길을 걸으며 걸으며

생각이 무지개처럼 핀다

 

풀냄새가 물큰 향수보다

좋게

내 코를 스치고

 

청머루순이 뻗어나오던

길섶

어디메선가 한나절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물 혼잎나물

적갈나물 참나물을 찾던--

잃어버린 날이 그립지

아니한가

 

나의 사람아 아름다운

노래라도 부르자

서러운 노래를 부르자

 

보리밭 푸른 물결을 헤치며

종달새모양 내 마음은

하늘 높이 솟는다

 

오월의 창공이여

나의 태양이여 

 

 *오월에 잘 어울리는

감각적인 작품이다.

특히 시골에서 자란

사람들은 생동하는

오월의 푸르른 추억을

한폭씩 갖고 살아갈 것이다.

이 산 저산에서 뻐꾸기 울고,

가끔씩 장끼들의 울음소리

나른한 오수를 자극한다.

어디 그뿐인가? 

산비둘기 구구 소리, 향긋한

꽃가루에 묻어 오는 솔향기,

아카시아꽃 꿀냄새, 찔레꽃

아래 통실통실 여물어 가는

찔레순 상긋한 맛....

밤이면 귀가 따갑도록

울어대는

억머구리, 개구리 소리...

어린아이 눈망울빛 별들이

쏟아지져서 영혼을 맑게

하던 산천의 오월......

흑백 사진속의 그 오월은

오늘 보다 왜 더

찬란했을까?*

    • 글자 크기

댓글 달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13 [축시] 겹경사 - 효천 윤정오 관리자 2024.04.04 12
512 [축시] 행복은 선택 - 송원 박 항선- 송원 2024.04.04 13
511 [축시] 새 둥지 튼 원앙鴛鴦 한 쌍雙 - 淸風軒- 관리자 2024.04.04 17
510 [축시] 신랑 신부가 - 월우 장 붕익- 관리자 2024.04.04 10
509 [축시] 촛불잔치 -박달 강희종- 관리자 2024.04.04 8
508 [축시] 축복의 길 -이 외순- 관리자 2024.04.04 6
507 [축시} 경사 났네유 - 권요한 관리자 2024.04.04 12
506 [태평로] 김혜순 시인이 세계에 쏘아 올린 한국詩 관리자 2024.04.10 7
505 [하이쿠}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번개를 보면서도 삶이 한 순간이라는 걸 모르다니! 관리자 2024.01.08 17
504 ‘아낌없이 주는 나무’ 뒤에 숨은 기가 막히고 속이 뚫리는 156편의 시+그림 관리자 2023.12.02 7
503 ‘주주들 난리 났다’ 테슬라 최신 자율주행, 상상 초월 근황 관리자 2024.04.14 6
502 ‘파도 파도 미담만’ 토트넘 캡틴 손흥민, 동료 부상에 불같이 화낸 이유는? 관리자 2024.03.14 3
501 “어쩌면 시 쓰기가 멈춰지지 않아서”…‘여든’ 나태주 시인의 봄볕같은 고백 [북적book적] 관리자 2024.05.30 314
500 “어쩌면 시 쓰기가 멈춰지지 않아서”…‘여든’ 나태주 시인의 봄볕같은 고백 [북적book적] 관리자 2024.06.06 199
499 “이게 월뭬만이에유~” 충청향우회 효도잔치 마련 관리자 2024.05.22 8
498 “절대 월드클래스 아니다”…아버지 혹평했지만 손흥민에게 벌어진 일 관리자 2024.03.20 7
497 『농무』의 시인 고 신경림 “어허 달구 어허 달구 한 세월 장똘뱅이로 살았구나” [김용출의 문학삼매경] 관리자 2024.06.14 12
496 가까히 하기엔 너무나 먼 당신.1 정희숙 2017.10.07 96
495 가시/정호승 이한기 2024.06.09 25
494 가을 무덤 祭亡妹歌(제망매가) - 기 형도- 관리자 2024.01.02 10
이전 1 2 3 4 5 6 7 8 9 10... 31다음
첨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