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념이 천국
석정헌
살아 있음이
천국이라는 포근함에
쪽잠에 빠진 이승이
비루먹은 시절 껄떡거리다
다리 한쪽 잘려나간
이상한 모습
딱딱한 세멘트 바닥에
바짝 엎드려
빛을 향해 조금씩
몸을 돌린다
그놈이 노린 빛은
곡선 같은 도피처가 없다
하지만
빛의 마파람은
직선으로 담장에 부딪쳐
악을 써보지만
어쩌지 못하고
운명인양
서산을 넘고
그늘로 자리를 잡는다
이제 체념한 듯
절뚝이며 담장 옆
저만의 천국으로 기어 들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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