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증이 난다
석정헌
어느 듯 고희
내 무슨 한이 있어
아직도 쓸쓸하다
잔듸를 깍다
무심코 집 안을 보니
흔들리는 의자에 앉은 아내
코에 걸린 안경 넘어
뜨개질을 한다
햇볕 내려 따사한 마루 바닥에는
반쯤 눈 감은채 턱 고 우 고
낮잠 자는 강아지
땡 땡 땡
열두번이나 치는 괘종 시계
그 속에 손자 손녀
엎드려 동화책이라도
읽고 있으면 좋으련만
내 머리 위를 빙빙 도는 새 한마리
낡은 목청을 뽑고
이제 목련 꽃잎 떨어지고 있는데
벌써 후덥지근 하다
현실 일체에서 벗어나
꿈속이라도 헤메고 싶다
무심한 마누라
땀 흘리는 남편에게
시원한 물이라도 한잔 줄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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