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석정헌
예리한 붉은 상처 깊은데 숨기고
모가지 꺽인 꽃잎
지친 가지는 휘청거리고
떨어진 꽃잎 그냥 젖지 못하고
가로를 휘졌는데
계절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진통마져 가라 앉아 태만 남은 한여름
미친 듯 한 소나기 한창이더니
철도 아닌 붉은 낙엽하나
힘없이 짖밟히고 사라지지만
세상은 다시 잉태와 출산을 거듭 하겠지
는개비 선잠 든 도시
아직도 보이지 않는 끝 막막하고
이제 겨우 한꺼풀 허물 벗은
손 끝 떨리는 어슬픈 삶
헐거워 질 때로 헐거워 진 육체
가슴팍은 싸늘한 행간
돌아 볼 수 없이 무섭게
말없이 따라와 등 뒤에서
모른 척 능청 떠는 지나온 길
혼자서 떠날 날 앞에 두고
바람 같이 사라진
기억의 끝으머리나마 잡고
어슬프게 꾸린 행장 보고 또 보다
지나온 길 고처 쓰고
한번 더 깨어날 날 미리 보자
하늘에다 억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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