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희의 여름
석정헌
이따금 내 어깨를 누르는
찌는 듯한 70년의 더위
무엇을 향해 달려 왔는지
유난히 파란 많고 괴로왔던
길지도 않은 생애
욕망만 쌓인 가슴은 형상도 없고
무지를 앞세운 입만 열고
사랑없는 간악함
쪽빛 하늘 아래 꽃만 피우려 애쓴다
속삭임이 안개처럼 피어나는 유혹
가슴은 아지랑이의 홑이불 쓰고 누웠고
태양을 등지고 달려온 머리
여명의 숲이 빨갛다
무심한 세월에 단풍인가 깜짝 놀라고
세월함께 떠오른 붉은 태양에 물든 숲
아직도 머물러 있는 여름에
안도의 숨을 쉬고
빛나는 얼굴들을 떠올리며
다시 옷섶을 여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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