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피소드 /김복희
어제 카페인이 있는 음료를 먹지 않았는데 어쩐 일인지
밤을 하얗게 새고 아침 여섯시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울서 드라마 녹화가 있을 때는 자주 밤 새기도 하였지만 다음날 종일 쉴 수 있어 걱정이 없었는데 오늘은 주일아침이라 교회를 가야한다 목사님 설교시간에 아무래도 꾸벅꾸벅 졸 것 같아 걱정이다. 밤새 잠이 안 오니 이런저런 일이 생각나지만 모두 슬픈 생각뿐이라 이제 울지 말자 울지 말자 차라리 고마운 일을 떠 올리자 마음을 돌리니 문득
11년 전 미국 와서 그 다음해 난처한 일로 신세진 백인 청년의 이름이 떠오른다. 'Gary Brokmiller' 절대 잊으면 안 될 사람이다.
이제라도 연락이 가능하면 꼭 만나서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
2007년12월19일 아침
녹화를 하기위해 방송국으로 가다가 놀라운 일이 생겼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나며 차체가 무겁게 느껴지는 것이다.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이 내 차를 가리키며 무어라하며 놀란 얼굴들이다 이런 일은 없었는데... 운전 경력 겨우 1년째니 경험이 없는 터라 불안하기만 하였다. 트렁크가 열렸다는 것인가??
용단을 내어 무거운 차를 한쪽 골목에 세우고 확인 했으나 겉으로는 아무 이상이 없다.
바로 그때 젊은 백인 남성이 한쪽에 자기 차를(트럭 같았다) 세워놓고는 내게 가까이 오는 것이다. 아마도 나를 도와주려고 일부러 따라온 것 같다.
그 젊은이가 무어라고 말하는지 도무지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는 내 차 뒤 타이어를 손으로 가리킨다.
앗! 타이어가 찢어지고 주저앉았다 너무 놀라 짧은 영어조차 떠오르지 않는다.
단골 정비센타 김사장에게 전화를 해서 그 젊은이를 바꾸어 주었다 .
그가 내게 트렁크에 스페어 타이야가 있느냐고 묻기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차 어디에서도 비상 타이어를 본 일이 없으니까.
미국인은 트렁크를 열게 하더니 매트 밑에 있는 스페어타이어를 얼른 꺼냈다. 나는 그때까지 그곳에 타이어가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차가운 겨울 땅바닥에 반쯤 누어 타이어를 뜯어내고 교체하는 동안 얼마나 미안하고 고맙던지 눈물이 솟는다.
“땡큐 소마치”를 연발하며 연말이라 “메리크리스마스 해피 뉴 이어”라고 거듭 정중히 감사를 전했다. 얼마나 추었는지 그 청년의 얼굴과 손이 새파래졌다. 겨우 표정으로만 감사의 뜻을 표하며 미안하고 고마워서 절절 매었다. 겨우 “나는 코리언이다” 라고 말하였다.
그에게 종이를 내주며 이름과 전화번호 이-메일 아이디를 적어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리고 “지금 방송을 하기 위해 가는 중이다”. 라고 짧은 영어로 말했지만 내 서툰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표정이다. 다행히 11시 출연자와의 약속시간에 늦지 않고 녹화를 겨우 마칠 수 있었다. 이 방송은 25일 크리스마스에 나갈 방송이어서 오늘 일어난 일을 산타할아버지의 등장이었다고 시청자에게 알리며 나도 남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진심의 뜻도 전파를 통해 약속했다.
남편에게 그 청년 Gary Brokmiller 에게 감사하다는 이-메일을 부탁했다.그에게서 곧 회신이 왔다.
남편은 Gary의 글을 읽으며 겸손함에 감동이 되어 목이 메인다.
잊을 수 없었던 그해 12월19일 아침 10시10분부터 15분간
멀리 사는 아들 정 훈 목사는 전화로 얘기를 듣더니 “어머니 그분이 예수님이셨어요” 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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